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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60세 이상인 사람들에게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USPSTF)의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의 2차 예방을 위해서는 60대에도 계속 복용이 권고되지만, 심혈관 질환 경험이 없는 60세 이상은 1차 예방 목적의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권고 사항입니다.

이 권고안이 나온 이유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위장관 출혈 또는 뇌출혈 위험 증가가 심혈관 예방 효과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오던 분 중에 이 기사를 접하고 “교수님, 아스피린을 끊어야 하나요?”라고 묻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또 “불과 10여 년 만에 아스피린에 대한 권고 사항이 바뀌는 것을 보니 그동안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의학적 진리가 아니었다는 의미인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다음 두 가지에 해당하는 분들만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권고됩니다.

첫째 심-뇌혈관 질환을 이미 겪어서 2차 발병을 예방해야 할 때입니다.

둘째 40~59세로 앞으로 10년 안에 심혈관 질환 위험이 10% 이상인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10년 내 나의 심혈관 발생 위험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를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공식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습니다. 주로 미국의 심장학회 등에서 운영 중인 웹사이트들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해도 꽤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돼 있습니다만, 요즘은 한글 번역도 지원되므로 사용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심혈관 질환 계산기(CVD calculator)’ 등을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나이, 성별, 인종, 흡연 여부 외에 총콜레스테롤과 HDL콜레스테롤, 수축기-이완기 혈압 등을 입력해야 하므로 본인의 최근 진료 또는 건강검진 기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들 수치를 입력하면 10년 내 심혈관 발생 위험을 % 단위로 계산해주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이나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해야 할지도 알려줍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의 변수 중에선 나이, 흡연, 혈압 등이 중요합니다. 흡연의 영향이 특히 큰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10년 내 심혈관 발생 위험이 10%를 훌쩍 넘어갈 수 있습니다.

계산 결과 10% 이상으로 나온 40~50대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여부를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오던 60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번 미국의 권고안은 60세 이상인 사람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지 말라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동안 복용하던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은 없습니다. 이 역시 그동안 저용량 아스피린을 처방해왔던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들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이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오신 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저용량 아스피린의 위장관 출혈 등의 부작용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다만 70세 이전까지는 부작용보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보았기 때문에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했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보였던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과라는 ‘의학적 진리’가 왜 몇 년 만에 부정되었을까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영양상태, 운동, 식습관 등 건강, 질병,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고혈압약, 고지혈증 치료제 등 새로운 약도 꾸준히 나옵니다.

이 때문에 10년 전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의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사실 몸 상태는 상당히 달라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건강 증진의 목표와 약물 복용 방법 등은 계속 변화합니다. 이런 것들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바뀔 수 있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 권고 기준 변경도 이에 해당합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가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부작용이 과거의 연구 결과보다 크다는 사실이 밝혀져 권고안이 변경되었습니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치료제(스타틴)를 복용하고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습관 등을 실천하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