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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81
작성일자 2022-05-16
계단 12층 오르고 스쿼트했는데 혈뇨가?


‘횡문근융해증’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예전 <건강 편지>에서 30분 이상 전속력으로 자전거를 탄 뒤에 ‘혈뇨’가 나와 병원을 찾았더니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됐다는 남성 사례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은 과도한 운동, 외상에 의한 근육 파열, 감염, 일사병 또는 열사병, 약물 등도 꼽힙니다만, 이 중 과도한 운동이 흔한 원인입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과도한’ 또는 ‘과격한 운동’이냐는 기준입니다.

30대 여성 A씨가 운동 후에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통증이 심해서 소변 검사와 혈액검사를 했더니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됐습니다. 횡문근융해증에 의한 혈뇨는 일반적인 혈뇨와 비슷해 보이지만, 붉은색이라기보다는 진한 홍차색 또는 분홍색이 첨가된 환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하루 전 아이를 데리고 계단 12층을 올랐고, 스쿼트를 40분 정도 했다고 합니다. 평소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해왔다는 A씨는 “이 정도 운동으로 횡문근융해증이 생겼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라며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혈액검사, 소변 검사 수치는 그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횡문근융해증은 과도한 운동 등에 의해 근육이 부분적으로 괴사하면서 근육 세포 성분들이 혈액 속으로 방출돼 혈중 농도가 증가하고, 근육 단백질의 대사물질인 미오글로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횡문근융해증이 있으면 혈액 속의 크레아니틴 키나아제(CK)라는 물질이 증가합니다. 첫날 A씨의 혈중 CK농도는 1만1460IU/L로 기준치(26~192IU/L)를 약 60배나 초과했으며, 다음 날 이 수치는 2만3126IU/L까지 치솟았다가 점점 낮아져 10일 후 정상 수치를 회복했습니다.

혈중 미오글로빈 농도도 50IU/L 이하여야 하는데, 293IU/L까지 나왔습니다. 또한 간의 GOT, GPT 등도 기준치를 한참 웃돌았습니다.

30대로 아직 젊고, 집과 주변에서 아이를 데리고 큰 부담 없이 운동했는데도 과도한 운동 뒤 나타나는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답변부터 드리면 “그렇다”입니다.

횡문근융해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운동’은 사실 운동 강도보다는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평소 운동하지 않다가 갑자기 야유회나 운동회 때 몸을 움직인 뒤에 팔이나 다리에 ‘알이 배긴’ 경험은 누구나 있습니다. 심하면 걷기가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붓기도 합니다. 며칠 동안 불편함만 참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없어집니다. 하지만 그때 혈액-소변 검사를 해보았으면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은 A씨도 다리가 붓는 등 부종이 있었습니다. 부종이 심하면 단기간에 체중이 1~2kg 증가하기도 합니다.

횡문근융해증의 증상도 가벼운 것부터 급성 콩팥 손상이나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는 경우, 근육 효소의 혈중 농도가 심하게 상승해 생명이 위험한 중증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본인이 느끼는 대표적인 증상은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붓기, 통증, 근육 경련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 후 홍차색 또는 분홍색이 첨가된 환타 색 소변이 나오면 병원을 찾아 혈액, 소변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경증이면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으며, 2주쯤 지나면 회복합니다. 이 기간에는 물이나 이온 음료를 충분히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면 도움이 됩니다. 카페인, 설탕이 많은 음료는 피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횡문근융해증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횡문근융해증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회 이상 횡문근융해증을 경험한 분이라면, 유전적 소인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운동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갑작스러운 운동이나 무더위 속에서 오래 야외활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면서 등산, 사이클링, 마라톤 등 운동이나 야외 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홈트(홈트레이닝)’도 인기라고 합니다.

운동은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과 함께 5대 건강 수칙의 하나로 건강 증진에 필수입니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입니다. 운동 전에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하며, 단기간에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들겠다는 욕심에 과도하거나 과격한 운동도 삼가야 합니다. 운동 후 분홍색에 가까운 혈뇨가 나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운동도 지나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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