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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77
작성일자 2022-04-18
운동하기 싫은 ‘과학적 이유’


오늘 보내드리는 <건강 편지>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된다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니엘 리버만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 교수는 진화와 유전 분야 전문가입니다. 그가 깊게 연구한 주제가 숱한 생명체 중에서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그의 연구에 흥미로운 대목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원시시대로 돌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아무도 조깅을 하려고 외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시인들은 지금 우리가 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즉 사람이 운동하기 싫은 이유가 생긴 지는 수 만 년쯤 되었으며,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건강 편지>에서 5대 기본 건강수칙으로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리버만 교수의 연구를 고려하면 건강수칙의 하나인 운동은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운동을 싫어하고, 쉬는 날이면 소파에 드러누워 빈둥빈둥하는 사람이 ‘정상’에 가깝고,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애석하게도 위로의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리버만 교수의 연구를 좀 더 들어가 보면 반전이 있습니다.

원시인들은 ‘사냥꾼’이었습니다.

하루 몇 시간 이상, 때로는 온종일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녀도 음식을 구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많이 움직이는 데 비해 먹는 것은 부족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움직임을 줄여 칼로리를 절약해야 했습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굶어 죽을 확률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시인들에게는 조깅이나 에어로빅,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원시 부족 부시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하루 평균 4~6시간, 8~16km를 걷고 뛰어다닌다고 합니다. 이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므로 쉼 없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냥하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어야 불필요한 칼로리 소모를 막을 수 있습니다. 부시맨은 건강을 위해 운동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발가락과 뒤꿈치가 짧고, 땀을 잘 흘리게 진화한 것도 음식을 구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인간은 치타나 사자의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지만, 지구력이 뛰어난 것은 오래 걷고 달리면서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진화됐기 때문이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이 음식을 얻는 방법은 원시인과는 전혀 다릅니다.

음식을 구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마트나 슈퍼마켓, 식료품점에 가면 됩니다. 거의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마저도 점점 변해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주문만 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택배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집의 주방도 최소화하고,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음식을 구하는 데 걸음은 필요 없습니다.

현대인이 몸을 움직이는 양은 원시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습니다.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운동선수가 달리기 능력을 전혀 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원시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름지고, 달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합니다. 칼로리 과잉은 비만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몸에 칼로리 부족을 막으려던 원시 본능이 새겨져 있는 것이 운동하기 싫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개인을 응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만, 가정과 직장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운동 친화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비만 인구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 상태도 나빠지는 사례들이 이미 눈에 띌 정도입니다.

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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