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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건강이 몇 번의 큰 고비를 넘는다는 말은 단순한 징크스일까요, 아니면 과학적 타당성이 있을까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18~95세 4,263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 3,000여 개 단백질을 분석했더니 그중 1,379개가 35세, 60세, 78세를 전후해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른 혈액 속 단백질 변화 곡선이 비교적 완만하다가 이 세 번의 나이를 전후해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혈중 단백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일부 민감한 사람들은 30대 중반, 60세, 70대 후반의 변화를 실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에 큰 변화를 겪는다는 이 연구에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특징과 저의 진료 경험을 토대로 할 때 40대 중반, 60세쯤, 그리고 70대 중반쯤 건강의 큰 고비를 넘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세 번의 고비 사이에는 대략 15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건강 고비는 나빠졌던 건강의 회복률이나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성공률과 관련이 있습니다.

40대 중반 이전에는 사구체여과율 수치가 떨어졌다가도 약을 먹고 소금 섭취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면 원래대로 회복할 확률이 높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그 확률이 떨어집니다.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이식 거부 반응이나 거부반응을 극복하는 힘도 40대 중반을 지나면 뚜렷하게 약해집니다. 40대 중반 이후인 사람들은 그 이전 연령대보다 장기 이식 수술 성공률이 낮습니다.

60세(한국 나이 61세) 고비는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듯합니다.

70대 중~후반에 찾아오는 고비는 주로 만성질환과 연관돼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대개 50대에 처음 진단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진단 직후에 바로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대체로 15~20년쯤 지나면서 합병증이 생기는 것이지요.

50대에 시작된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70대에 합병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때로는 사망에 이르게도 합니다.

물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목숨을 건질 수는 있으나, 합병증으로 인해 여생을 기나긴 유병(有病) 시간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또 콩팥 이식 수술의 경우에도 70세를 넘으면 성공률이 더 떨어지므로 투석 치료를 받던 사람에게 기증자가 나오더라도 이식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70대 중후반의 건강 고비를 겪으면서,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사람과 아프고 힘든 삶을 살 사람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고비에 닥쳐 당황하거나 후회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닙니다.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모습이며, 행복한 삶의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강의 3대 고비’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두 가지를 권고합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늘 강조해온 것입니다만, 금연과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싱겁게 먹기는 가장 기본입니다.

기본이라고 하찮게 여겨지시나요? 미국 연구에 따르면 기본 건강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인구의 6%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입니다.

기본은 안 지키면서 ‘비방’을 찾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위의 기본 수칙에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원만한 대인 관계, 정기적인 건강검진 정도만 더하면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으로 충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낙상 방지 등 안전에 대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둘째 겸손입니다.

건강 편지에서 ‘몸의 나이와 마음의 나이’ 차이를 인정하시라는 말씀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말은 “겸손해야 한다”고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영원히 젊은 사람도, 항상 건강한 사람도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 몸에는 보이는 변화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면 탈이 나고, 그것은 큰 짐으로 작용해 고비를 넘을 때 무척 힘에 겨울 수 있습니다.

40대, 60대, 70대 등 특정 나이가 아니라도 누구나 건강에 크고 작은 고비를 지나면서 살아갑니다.

새해 나는 건강 고비의 어디를 지날까요?

잘 준비해 건강한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