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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의학저널에 한 중남미 섬나라의 주민을 대상으로 연구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나라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 간 사람들은 고혈압 발생률은 높은데 모국에 그대로 사는 사람들은 고혈압 발생률은 낮았습니다.

심지어 그 나라에 햄버거, 피자 등 미국과 비슷한 음식 문화가 들어온 뒤에도 모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고혈압 발생률은 그리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왜 같은 사람들이 모국에서는 고혈압 발생률이 낮은데 미국에 이민 간 뒤 고혈압이 많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미국 이민자들과 모국에 그대로 사는 사람들 간의 가장 큰 차이가 칼륨(K) 섭취량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설령 고혈압 주범인 나트륨(소금) 섭취량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면 고혈압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채소와 과일을 얼마나 섭취하느냐에 따라 고혈압 발생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였습니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은 칼륨 외에도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철, 아연, 구리, 셀레늄, 망간 등 여러 가지입니다.

칼륨은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칼륨 섭취량은 권장량 대비 남성은 85%, 여성은 67%에 불과합니다.

우리 전통 식단은 채식 위주라서 칼륨을 많이 섭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15~33%나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나트륨의 경우 남성은 202%, 여성은 140%나 초과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건강 편지에서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과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연구팀의 논문 ‘24시간 소변 속 나트륨-칼륨 배출과 심혈관 질환 위험’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논문은 소변 속 나트륨과 칼륨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지난 회 건강 편지는 나트륨에 초점을 맞춰 설명 드렸습니다.

논문에는 하루 나트륨 배출량이 1000mg 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8% 증가하지만, 칼륨 배출량이 1000mg 늘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18% 감소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앞에서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 목록에 나트륨과 칼륨이 나란히 들어 있었는데, 왜 나트륨은 많이 배출할수록 나쁘고, 칼륨은 많이 배출할수록 좋을까요?

다시 말해 나트륨 섭취는 줄여야 하고, 칼륨 섭취는 늘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 나트륨 섭취량은 권장량보다 너무 많고, 칼륨은 부족합니다. 남는 것은 줄이고, 모자라는 것은 보충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미네랄에도 적용됩니다.

둘째 나트륨과 칼륨의 혈중 농도 차이입니다. 혈액 내 나트륨은 칼륨에 비해 30배쯤 많습니다.

혈액 속의 나트륨, 칼륨 등은 노폐물 등과 함께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과도하게 섭취한 나트륨을 몸 밖으로 활발하게 배출하려면 칼륨이 필요합니다.

또 나트륨은 물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강합니다.

혈액 속에 나트륨이 많으면 혈관에 물이 많아져 압력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칼륨은 물을 잡아당기는 성질이 나트륨보다 매우 약하기 때문에 혈액 속에 있어도 혈압을 높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칼륨 섭취를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잦은 외식 등으로 나트륨 섭취를 쉽게 줄이기 힘든 사람들은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 칼륨 섭취량을 늘리면 고혈압 예방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 편지에서 수시로 나트륨 섭취는 ‘내리GO’, 칼륨 섭취는 ‘올리GO’를 권하는 이유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만성콩팥병이 있을 때, 특히 신기능이 감소한 경우 칼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이 발생, 심장 박동이 멎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과일과 채소를 드실 때는 색깔이 옅은 것을 골라 껍질을 벗기고 드셔야 합니다.

채소는 날 것 그대로 말고 데쳐서 드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채소 부피의 열 배쯤 되는 물에 하룻밤쯤 담가두어 칼륨이 빠져나오게 한 뒤에 요리해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