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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55
작성일자 2021-11-15
‘술고래’와 ‘소금고래’<3>


지난 건강 편지에서 사람은 코끼리와 고래 사이에 있으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소금 고래’를 피해 코끼리 쪽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려면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구호나 의례적인 조치만으로는 안되며,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나트륨 섭취 줄이기 가이드 라인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FDA는 2023년 말까지 미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을 종전 3400mg(소금 기준 8.5g)에서 3000mg(7.5g)으로 12%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수습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나트륨 섭취 줄이기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 데 대해 고개를 갸웃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습니다만, 여기에는 현대인이 당면한 건강 문제의 절박함이 담겨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을 전염성 질환(communicable disease), 고혈압-당뇨병-만성콩팥병 등은 비전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이라고 합니다.

전염성 질환인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시야를 넓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2020년 1월 20일 나온 뒤 2021년 11월 초까지 약 1년 9개월 간 누적 사망자는 2900여 명입니다.

이 사망자 숫자가 적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만,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30만 49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1위 암으로 총 8만 2200여 명, 2위 심혈관 질환으로는 3만 23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중에서 전염성 질환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3위 폐렴이며, 8위 간 질환과 10위 패혈증은 부분적으로 전염성 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머지 원인은 비전염성 질환입니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심하게 겪은 2020년 호흡기 결핵이나 폐렴 등의 사망자는 2019년보다 더 감소했던 반면, 고혈압성 질환, 심-뇌혈관 질환 등 만성 비감염성 질환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전염병 팬데믹에 적극 대응해야 하지만,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뜬금 없는 것으로 보이는 FDA 가이드 라인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만만치 않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FDA는 향후 2년여 동안 가공, 포장 식품을 통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산업계와 외식업계의 ‘자발적 목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영국, 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법과 제도 등을 통한 강력한 소금 섭취 줄이기 정책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할 때 ‘자발적 참여’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미국의 식품 대기업들을 대표해 연방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 등을 담당하는 협회는 FDA의 가이드 라인에 대해 동의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미국 전문가들은 식품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만으로는 나트륨 줄이기 성과를 내기는커녕 식품기업들의 로비로 FDA의 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자율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며 강력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러 국가에서 이미 증명돼 있습니다.

미국에서 소금 과다 섭취의 유해성에 대해 처음 공식적인 입장이 발표된 것은 1969년 미국 ‘백악관 영양 회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권고량을 웃돌았으며, 그로 인한 폐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저서 ‘소금 전쟁(Salt Wars)’의 지은이인 마이클 제이콥슨 미국 MIT교수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DA 자문위원회가 과도한 소금 섭취를 경고한 지 40년이 넘도록 정부가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아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만성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금 과다 섭취는 코로나19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이 순간에도 건강 폐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조만간 우리 앞에 눈사태처럼 몰려올 수도 있습니다.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요리할 때 소금을 치지 않고 식탁의 소금 통을 치우는 등 개인의 역할도 의미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섭취하는 소금은 가공식품으로 먹는 양보다 적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소금고래’가 되지 않게 하려면 개인의 노력을 넘어 사회 전체가 반드시 나서야 하며,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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