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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54
작성일자 2021-11-08
‘술고래’와 ‘소금고래’<2>


(사)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싱실연)는 2020년 하반기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소변 속 소금양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응답자의 소변을 직접 받아서 소변 속의 소금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결과를 소금양에 따라 가장 적은 수준부터 가장 많은 수준까지 4분위로 나눴더니 3~8.7g, 8.8~11.2g, 11.3~13.2g, 13.3~25.3g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이 4분위의 가운데인 11.5g쯤 됩니다.

이 정도의 소금 섭취량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5g)의 2배,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가 설정한 목표(7g)의 1.6배나 될 정도로 많습니다.

이 조사에서 놀라운 점은 한국인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의 두 배를 넘는 25.3g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농도로 환산하면 짠 바닷물에 사는 고래의 소변의 소금 농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습니다.

싱실연의 조사 결과는 어떤 사람은 풀과 열매만 먹는 코끼리 수준으로 나트륨을 아주 적게 섭취하는 반면, 또다른 사람은 바닷물에 사는 고래만큼 엄청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래는 바닷물 속에서 오래 살아오는 동안 먹이와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온 소금(나트륨)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금이 많은 바다에 살아도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아닌 육지에 사는 사람은 코끼리와 같이 수만~수십만 년 동안 소금을 아주 조금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그런데 기록상 약 6000년 전부터 소금을 염장식품 등으로 활용하면서부터 인간은 필수 미네랄로서 나트륨이 아닌, 맛을 위해 소금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가공식품들이 대거 개발되면서 소금 섭취량이 급증했습니다.

지난 6000년 간 인간의 소금 섭취량 변화는 ‘코끼리에서 고래’로의 빠른 이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건강 편지에서 코끼리와 사람의 혈액 속 소금의 농도는 비슷하고 고래는 아주 조금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코끼리와 사람, 고래의 식습관과 생존 환경은 매우 다른데도 불구하고 혈액 속의 소금(나트륨) 농도는 비슷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고래, 사람은 먹는 것부터 생활 환경까지 닮은 점이 거의 없는데도 어떻게 혈액 속 소금 농도를 비슷하게 맞추고 있을까요?

포유류의 콩팥은 이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듭니다. 사람의 경우 하루 약 180L의 혈액을 콩팥이 거른 뒤 소변 약 1.5L를 만들어 냅니다.

콩팥은 혈액을 거르는 과정에서 몸에 필요한 성분은 재흡수합니다.

예를 들어 소변에는 포도당이 전혀 없습니다. 콩팥의 사구체에서 혈액을 거르는 과정에서 포도당이 일부 새어나가더라도 콩팥의 세뇨관이라는 곳에서 재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콩팥은 몸에 필요 없는 것은 내보내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 못 나가게 꽁꽁 막습니다.

혈액 속 나트륨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식품으로 섭취하는 소금 11g 중에서 인체에 꼭 필요한 양은 1g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과잉 섭취된 소금이 혈액 속에 녹아 있으면 콩팥은 걸러서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포도당이든 나트륨이든 아니면 그 밖의 그 어떤 성분도 몸 안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으면 콩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몸 밖으로 배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체에서 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내 환경 항상성’이라고 합니다.

소변 속의 소금양이 13.2g 이상인 사람의 소변은 혈액보다 더 짭니다. 소변이 혈액보다 짜다는 것은 내보내야 할 소금이 몸 안에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소변이 혈액만큼, 또는 그보다 더 짭니다. 이런 소변을 계속 보는 사람의 콩팥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뿐더러, 혈관이나 뼈 등 장기들은 과도한 소금의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술을 많이 먹는 ‘술고래’가 있듯이 소금을 무척 많이 먹어 고래 소변만큼 짠 ‘소금고래’도 있습니다.

술이든 소금이든 ‘고래’가 붙으면 건강을 잃습니다. 사람이 바다에 사는 고래만큼 짠 소변을 계속 내보내야 한다면 몸이 버틸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나트륨 섭취 줄이기’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COVID-19)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한가하게(?) 나트륨 줄이기를 이야기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만,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이 순간에도 ‘소금 전쟁(Salt Wars)’의 포성은 여전히 울리고 있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FDA의 가이드 라인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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