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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53
작성일자 2021-11-01
‘술고래’와 ‘소금고래’<1>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서 태평양 건너갈 적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 눈에 반해 스리 살짝 윙크했대요..’라는 재미있는 가사로 된 동요가 있습니다.

‘육지 멋쟁이’ 코끼리와 ‘바다 예쁜이’ 고래는 닮은 점과 다른 점이 뚜렷한 동물입니다.

공통점은 코끼리와 고래 둘 다 포유류라는 사실입니다. 포유류는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는 동물을 가리킵니다.

고래는 큰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진화론적으로 고등어나 다랑어 등 어류들보다 육지에 사는 코끼리나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입니다.

가장 확실하게 다른 점은 사는 곳입니다. 같은 포유류이지만 코끼리는 주로 사바나 지대나 밀림, 고래는 바다에 삽니다.

코끼리, 고래의 머나먼 조상들은 다 바다에서 살다가 진화하면서 강물을 거쳐 육지로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후 코끼리는 육지에서 계속 살았지만, 고래는 다시 바다로 갔습니다.

코끼리, 고래는 포유류라는 같은 진화 단계에 있으므로 몸 안 여러 기관의 기능과 역할도 거의 같습니다. 예를 들어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과정도 흡사합니다.

그런데 가장 확실히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코끼리와 고래 소변 속에 든 나트륨의 양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코끼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코끼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코끼리 두 종류가 있으며 체구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하루 약 50L의 소변을 봅니다.

그런데 코끼리 소변 1L에 든 소금양은 10~140mg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코끼리는 하루 약 150~200kg의 많은 양의 풀과 열매를 먹습니다. 그런데 풀과 열매 등에는 나트륨이 아주 조금 들어 있습니다. 식물 100g당 나트륨 함량을 보면 토마토는 5mg, 감자는 3mg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풀을 많이 먹는다고 해도 코끼리가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코끼리는 나트륨을 아주 적게 먹고, 아주 적게 소변으로 배출함으로써 몸속 나트륨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이처럼 적은 양의 나트륨만 섭취하면서도 무덥고 먹이도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6t이나 되는 큰 덩치를 잘 유지하고 번식해왔습니다.

만약 코끼리가 나트륨을 적게 먹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오래전 멸종했을 것입니다.

고래는 정반대의 경우입니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는 약 3.5%입니다. 짠 정도를 넘어서 쓴맛이 느껴질 정도로 바닷물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고래는 크릴새우, 플랑크톤 등 먹이를 먹을 때는 몸에 들어오는 상당한 양의 바닷물과 그 속의 나트륨, 칼륨 등을 계속 배출해야 합니다.

고래는 먹이를 섭취할 때 소금 농도가 진한 바닷물이 몸에 들어오는 탓에 혈액 속 소금 농도는 다른 포유동물들보다는 약간 더 높으나 고래 혈액 속의 소금 농도는 사람 등 다른 포유류와 같이 바닷물의 1/3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고래는 소금을 아주 많이 섭취하고, 아주 많이 내보내기 때문에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이 정도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포유동물인 코끼리나 고래,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혈액 속 소금(나트륨)의 양은 비슷합니다.

코끼리, 고래, 사람의 소변량은 큰 차이가 있으므로, 소변 속 소금 농도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소변의 소금 농도가 코끼리는 0.001~0.014g/dL인 반면 고래는 1.3~3g/dL입니다. 코끼리와 고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먹이 속 나트륨 양의 차이 때문입니다.

사람은 코끼리와 고래 사이에 있습니다.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나 현재의 아마존 밀림에 사는 야모마모족 인디언들의 소변 속 소금 농도는 0.04~0.1g/dL수준으로 코끼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소변 속 소금 농도는 0.2~1.7g/dL로 원시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소변 속 소금 농도가 1.7g/dL인데, 이는 고래 소변 농도의 최소량(1.3g/dL)보다 많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혈액 속 소금 농도 0.9%(0.9g/dL)보다 더 짠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을뿐더러, 일부는 바다에 사는 고래보다 소금 농도가 더 진한 소변을 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코끼리와 비슷한 정도로 적었던 인간의 나트륨 섭취량이 길게는 몇천 년, 짧게는 몇백 년 만에 폭풍처럼 늘었습니다. 마치 고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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