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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52
작성일자 2021-10-25
”의사 따라 하지 말고, 권하는 대로 하세요”


‘명의’라는 말을 요즘은 자주 쓰이지는 않습니다만, 10여 년 전만 해도 매스컴에서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 박사는 누구’ ‘폐암 명의는 누구’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런 ‘애칭’까지 얻었던 분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명의였습니다. 명의들은 각종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중들에게 유익한 건강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진료실에만 머물지 않고, 환자 또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명의임을 느꼈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명의에 얽힌 아이러니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 박사’로 유명했던 명의는 ‘애주가’였고, ‘폐암 명의’는 ‘애연가’였습니다.

환자와 대중들에게 간 건강을 위해 절주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명의는 술을 무척 좋아했고, 폐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말하던 명의는 담배를 끊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명의들을 폄훼하는 것입니까?”라고 따지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의도는 그분들의 명예나 업적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잘 생각해보자는데 있습니다.

의료계에 떠도는 말 중에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 하지 말고, 권하는 대로 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습니다.

첫째, 의사도 한계를 가진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간을 진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는 과음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퇴근 후 친구, 선후배들과 술집에서 만나면 한두 잔의 절주로 끝내지 못하고 과음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술을 한두 잔 하다 보면 진료실에서 과음의 해로움에 대해 환자들에게 강조해 말했던 내용은 잊히기 쉽습니다.

둘째, 아는 것과 실천 사이에 놓인 거리감입니다.

의사는 의학 공부와 진료 경험을 통해 의학-의술 지식을 갖춘 전문가인데, 그중에서도 명의는 탁월한 분들입니다. 그런 명의도 아는 것을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의사로부터 “금연하시라” “절주하시라” “운동하시라” “싱겁게 드시라”는 등의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말을 의사 스스로는 자신의 말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저 역시 종종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딪히곤 합니다. 부득이 외식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어야 할 때가 있는데, 소금이 적게 든 음식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가끔 의사들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환자들에게는 증상들이 나타나면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증상이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진료를 차일피일 미뤄 병을 키웠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강에 관련된 내용만 아는 것과 실천에 거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불일치’가 우리 삶의 부조리를 상징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2015년 출간한 단행본 ‘소금중독 대한민국’의 에필로그에서 싱겁게 먹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실천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제안했습니다.

우선 싱겁게 먹기를 내가 먼저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수신). 그리고 식탁 위 소금 통을 치우고 가족 모두 싱겁게 먹기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제가).

이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싱겁게 먹기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치국), 나아가 모든 나라가 소금 줄이기 전략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평천하)입니다.

소금 줄이기도 아는 것과 실천 사이에 거리가 있으며, 이 거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남에게 미룰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책의 마무리에 인용한 독일의 문호 괴테의 글을 소개합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실천해야 한다.’

여러분은 알고, 적용하고, 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고 계시는 건강 수칙이 몇 개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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