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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50
작성일자 2021-10-18
여러분의 위와 장은 안녕하신가요?


중장년층 이상이신 분들은 어릴 때 TV에서 위장약 광고를 자주 접했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드라마를 패러디한 ‘위장병 잡혔어!’라는 광고 문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느낌이 들면 위장약을 사먹곤 했습니다. ‘노루모’ ‘암포젤’ ‘겔포스’ ‘잔탁’ 등 유명한 위장약들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장에 좋다는 식품이나 민간요법들도 많았습니다.

위장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 식품은 칡, 쑥, 마, 양배추, 연근 등 다양했습니다. 감초도 위장 질환 개선을 위해 흔히 사용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위장약 광고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됐고 대중의 기억에서 점차 잊히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위(胃)와 장(腸)에 ‘평화’가 찾아온 것일까요?


우선 위궤양 환자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위궤양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75만4200여 명으로 5년 전보다 25%나 줄었습니다.

위궤양이 급격히 줄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염 등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약을 먹는 등 조치를 취해 위궤양으로 악화를 막는 사람들이 증가한 반면, 폭음-폭식 등으로 위장을 학대하는 사례는 대폭 줄었습니다.

둘째 효과적인 약물이 많이 개발됐습니다.

과거 위궤양이 많았던 이유 중에는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중등도 이상으로 악화된 뒤에 발견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약국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일반 약 위장약들이 많이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전문 약도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쉽게 약을 먹고 조기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중증 위궤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입니다. 이 약물은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의 치료에 쓰이는데 약효가 우수합니다.

이 밖에도 건강보험과 소득 증가 덕에 큰 부담 없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도 사먹을 수 있게 됐으며, 전반적인 위생­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도 위장 질환을 줄이는 쪽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궤양이 줄고 있다는 소식은 낭보(朗報)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위장은 여전히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위궤양과 반대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위장 질환도 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고도 불리는 ‘위식도 역류질환’입니다.

심평원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은 2020년 465만 여 명으로 5년 전(416만 여 명)보다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위암도 여전히 한국인 암 중에서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위염은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실태는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만 크게 줄지는 않고 있습니다.

위장(胃腸) 질환 변화의 특징을 요약하면 위(胃) 질환은 전반적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으나 장(腸) 질환은 대체로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장 질환의 하나인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은 2020년 7만3000여 명이 진료를 받아 5년 만에 29% 늘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같은 기간에 약 8.4% 감소했습니다만, 매년 150여 만 명이 진료를 받을 정도로 흔한 질환의 하나입니다.

대장암은 한국인 암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지난 30~40년을 뒤돌아보면 한국인의 ‘위장병 고민’은 위(胃)에서 점차 장(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고기와 가공육 등을 많이 먹는 등 식생활 서구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과도한 근심 걱정이 있거나 큰 손해를 봤을 때 속이 쓰리다는 사람이 많지만, 육식을 많이 하는 미주나 유럽 쪽 사람들은 설사 등 장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사 패턴과 생활양식 등에 따라 위장병의 유형도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속 편한 삶’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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