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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48
작성일자 2021-09-28
‘백신의 신뢰’를 가르는 중대 요인은?


코로나19(COVID­19) 해결을 위해서는 백신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백신의 부작용과 효능 논란은 종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부 백신은 접종 희망자가 없어서 잔여 백신을 폐기하는 사례들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과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중국, 러시아의 백신은 일부의 주장대로 ‘물백신’일까요?

코로나19 백신의 약효와 부작용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백신의 신뢰도를 상당 부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임상시험의 엄밀한 과학적 절차와 방법을 따랐느냐 여부입니다.

임상시험의 요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중맹검(double­blind), 둘째 무작위, 셋째 전향적 연구입니다.

이중맹검은 신약(백신)과 가짜 약을 환자군과 대조군에게 투여할 때 환자와 의사 둘 다 어떤 대상자에게 신약이나 가짜 약을 투여하는지 모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의사마저 모르게 하는 이유는 누가 신약과 가짜 약을 투여 받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연구 결과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무작위’는 연구 대상 환자군과 대조군을 나눌 때 나이, 성별, 인종 등에 치우지지 않도록 배분함으로써 데이터가 편중되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전향적’은 시간 순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반대로 ‘후향적’은 이미 발생한 사례들을 사후에 모아서 분석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연구는 매우 어렵습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3상 임상시험의 대상 인구가 약 5만 여 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절반으로 나눠 반은 새로 개발된 백신, 나머지는 가짜 약을 투약해 약효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됐습니다.

이 과정에 대해 임상시험에 참여한 의사와 연구자들은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연구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논문만 꼼꼼히 살펴보면 신약 개발 과정이 연구의 절차와 방법을 얼마나 엄격하게 따랐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1월 ‘실수로 절반만 투여...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기적 만들었다’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임상시험에서 2회에 걸쳐 신약을 정량 투여해야 하는데 직원 실수로 일부 대상자에게 1회에 신약의 절반만 투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량을 2회 투여한 사람들은 백신 효능은 62%였지만, 1회 때 실수로 절반만 투여한 사람들은 90%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실수가 기적을 낳은 것처럼 보도됐습니다만, 사실은 임상시험의 신뢰를 훼손한 치명적 실수였습니다.

이 백신이 자국인 영국에서는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게 한 주요 원인이 이런 실수들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한 이후에 나타나는 항체 형성률과 부작용 논란에 앞서 이미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중대 흠결이 있다면 신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전향적 연구에서도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전향적 연구에서 중요한 요소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임의로 연구 진행 상황을 미리 들여다보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중간에 살펴보고 당초 목표대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이를 목표에 맞게 바로잡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연구 중 미리 들여다본다면 처음 계획한대로 완벽한 연구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으며, 실패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학이 아닙니다. 실패로 끝나더라도 계획된 그대로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며, 과학입니다.

임상시험 도중에 약효나 부작용을 미리 들여다보았다면 임상시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별 의미나 가치가 없습니다.

이처럼 백신 등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등 과학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실패 가능성을 안고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들과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의 보건 당국의 검증 결과 등을 종합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원하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연구의 절차와 방법을 잘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의 백신들은 연구 절차와 방법에 크고 작은 흠결들이 있었거나, 임상시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이 백신에 대한 신뢰도 차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임상시험 연구 방법론의 꽃이었던 이중맹검, 무작위, 전향적 연구는 100여 년 만에 인류의 큰 위협이 된 COVID 19 팬데믹 대처에 큰 공헌을 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의학 연구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기본을 지켜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코로나19 백신이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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