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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L씨는 올해 초부터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척추­관절 전문병원과 대학병원을 놓고 고민하다가 대학병원 신경외과에 진료 예약을 했습니다. 신경외과 교수는 다리 저림의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MRI를 찍어보고 판단해보자고 했습니다. 70여 만 원의 비용을 들여 MRI를 찍은 뒤 신경외과 교수의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교수는 “허리 디스크가 약간 돌출했으나 외과적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요통 예방 체조와 운동요법이 소개된 책자를 드릴 테니 열심히 운동하시라”고만 했습니다. L씨는 “허리 디스크가 심하지 않다고 하니 다행인데 대학병원에서 큰 돈 들여 검사와 진료를 받았는데 체조법을 소개받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억울한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L씨와 같은 환자를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진료 결과 가벼운 이상만 발견되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텐데, 오히려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것이지요. 혹시 ‘별 이상도 없는데 괜히 돈 들여서 검사 받았나’라는 후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진료 결과 병이 발견되면 왜 좀 더 빨리 찾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 반대로 가벼운 이상이 발견되면 공연히 돈만 쓴 것 같다는 이유로 불만을 드러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의사는 좋은 얘기를 들을 기회가 적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의사의 진료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요? 허리 디스크를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허리 디스크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둘러싸고 현대 의학에서도 논란이 많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수술이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반론이 나오는 등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연구 논문도 무척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 환자를 △수술 △재활치료와 약물복용 △일상생활 등의 3그룹으로 나눠 무작위배정 전향적 연구 결과를 했더니 일상생활을 한 그룹이 가장 예후가 좋았습니다. 이처럼 허리 디스크는 진단과 치료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허리 통증이나 다리 저림 등 아무 증상도 없는 사람의 허리를 MRI로 찍어보면 디스크가 튀어나온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고 호소하는 사람의 허리를 MRI로 찍어보면 정상으로 나오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왜 이처럼 고개를 갸웃할 사례들이 생기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그러니 의사들도 허리 디스크 진료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어 환자에게도 분명한 이야기를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허리 디스크 환자들 중에는 의사가 딱 부러지게 진단하고 통증까지 깔끔하게 없애줄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같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틈새를 상술이 파고들기도 합니다. 일부입니다만, 허리 디스크 환자들에게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 병원들도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역이용해 ‘비수술 치료’를 앞세우면서 값비싼 주사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허리가 아파 걷기도 힘든 사람들이 주사 한 방을 맞으면 스스로 걸어서 귀가할 정도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로서는 통증이 사라졌으니, 의사가 자신의 문제를 싹 해결해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근본적인 해법이 아닙니다. 사라졌던 통증이 얼마 뒤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몇 번이나 주사를 맞고 통증이 재발하는 악순환을 몇 번 경험한 뒤에야 대학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동네 병­의원에서 쉽게 ‘해법’을 제시하는 허리디스크에 대해 왜 대학병원 신경외과, 정형외과 교수들이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고작(?) 체조요법이나 가르쳐주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 때 척추 명의로 유명했던 한 대학교수에게 허리 통증이 발생하였습니다. 후배와 제자 의사들이 그 교수에게 허리 수술을 권하자 “척추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수술이 꼭 필요하고 적응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수술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의학의 정설입니다. ※7월26일(월) 보내드린 건강편지(239)가 지난 주 건강편지(238)와 같은 내용이 중복 전송돼 다시 보내드리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