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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쏟아지는 국내외의 뜨거운 뉴스 속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설탕세(sugar tax) 도입이 추진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얼마 전 보도되었습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음료를 제조, 가공, 수입, 유통, 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음료 100L에 포함된 당(糖)의 양을 기준으로 구간별로 차등을 두어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 29g이 들어가는 콜라 한 캔(250mL)에 27.5원의 세금이 추가로 붙게 된다고 합니다. 250mL 콜라의 소비자 가격이 1500원쯤 되므로 부담금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다면 가격이 1.8% 오르게 됩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 등의 여파로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음료 가격까지 올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만, 찬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설탕세 도입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만, 많은 나라들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 미국의 일부 주,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30여 개 국에 이릅니다.

설탕세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비만을 줄이는 효과가 있냐는 것입니다.

당이 함유된 음료와 과자 등 가공식품이 칼로리 과잉 섭취를 초래하고 과체중,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에는 이의(異議)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설탕세를 도입해 물건의 가격이 인상되면 당이 함유된 음료 소비가 줄고 비만도 감소할까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측에서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하루 총칼로리의 10%를 넘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 위험이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첨가 당 섭취를 줄이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비만 원인이 첨가 당 때문만은 아니므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둘째 음료에 부과하는 국민 건강증진 부담금을 과연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셋째 설탕세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인데, 죄악세를 자꾸 만드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까지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 우리도 설탕세를 본격 논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설탕세를 부과하면 설탕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기업들로 하여금 대체 감미료나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의 개발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가공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설탕세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금세’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3대 요인이 ‘소­지­설(소금, 지방, 설탕)’이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소­지­설’ 섭취를 줄여야 하는 데, 이를 개인의 실천에만 맡겨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많은 나라의 사례에서 증명되었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소금, 지방, 설탕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설탕세나 소금세도 그에 포함됩니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공식품을 제조할 때 소금, 지방, 설탕 함량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TV 광고를 못하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고도 합니다.

설탕세나 소금세는 국민들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만큼 섣불리 도입하려다가는 조세 저항이나 비생산적인 논쟁만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소금, 지방, 설탕 줄이기를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가나 사회도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설탕세나 소금세가 필요하다는 쟁점을 놓고 터놓고 논의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에 도달한 뒤 설탕세나 소금세를 도입한다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