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건강편지에서 자주 말씀드린 주제의 하나가 ‘적정 체중’입니다. 체중을 3.4kg 줄이면 혈당, 혈압이 눈에 띄게 내려간다는 것도 있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치료받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스무 살 때 체중으로 줄였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풍요로움의 역설로 인해 현재 한국인들이 당면한 여러 건강 문제의 원인이 과체중, 비만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적정 체중으로 줄이기만 해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등 만성 질환이 눈에 띄게 개선되며, 경우에 따라 없어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체중을 줄일 것인가에 있습니다.

적정 체중으로 줄이면 건강에 좋다는 점은 ‘압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저절로 체중이 줄지는 않습니다. 체중 감량에 대한 의지를 굳게 다지고 체중 감량을 실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몸에 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버리는 일입니다. 이런 습관은 수 년~수 십 년간 이어져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지우개로 지우듯 싹 지우고 난 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새로 뿌리내리게 해야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중에서는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한국인의 식탁은 풍성하고 군것질거리도 넘칩니다. 손가락으로 스마트 폰을 몇 번만 터치하면 온갖 음식이 집으로 올 정도로 배달음식 천국입니다. 칼로리 과잉과 설탕과 소금 과다 섭취를 부르기 쉬운 환경입니다. 이것과의 싸움에 체중감량의 승패가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체중을 줄이려면 얼마나 적게 먹어야 할까요?

올 1월 초, 50대 K씨가 병원에 왔을 때 키 173cm, 체중 95kg으로 체질량 지수(BMI)는 32로 비만이었고,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었습니다. 당화혈색소 11.6%로 당뇨병은 상당히 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혈액과 소변검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하루 소금 섭취량이 5.7g, 단백질 섭취량은 48g으로 또래 남성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적게 먹는 사람이 왜 비만이 됐을까 의아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평소 체중이 110kg이었는데 건강에 위기를 느껴 3~4개월 간 다이어트를 해서 15kg 줄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체중이 줄면서 몸이 가볍고 기분도 좋다”면서 “10kg는 더 줄일 수 있을 것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을 먹지 않고 체중을 줄여서 고혈압과 당뇨병을 개선해보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 후 몇 차례 면담에서 K씨가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3월 말 85kg으로 무려 10kg이나 더 줄어든 것을 확인했을 때는 놀라웠습니다. 혈액, 소변검사 결과는 더 놀라웠습니다.

하루 소금 섭취량은 2.9g, 단백질 섭취량은 28.7g으로 그 전과 비교하면 또다시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있었습니다. 이 수치는 그가 2개월 동안 단순히 싱겁게 먹고,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는 것에 머물지 않고 놀랄 만큼 식사량을 줄였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 K씨의 식사량은 체중감량 전의 1/4 수준에 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루 1시간 이상 걷기도 병행했습니다.

그는 거의 ‘기아(飢餓)’에 가까울 정도로 식사량을 줄이면서 운동을 함께 한 덕에 6개월 여 만에 체중을 25kg이나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당화혈색소는 6.6%까지 크게 낮아졌습니다.

체중감량에 자신을 얻은 그는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건강도 좋아진 만큼 고교 3학년 때의 체중인 75kg까지 줄이고 싶다”고 합니다. 체중 75kg이 되면 그의 체질량 지수는 25로 정상 범위에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중감량을 할 때 ‘식사’보다는 ‘운동’에 방점을 둡니다. 많이 움직여 칼로리를 소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할 수 있다면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전문 운동선수들처럼 운동을 많이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체중감량의 관건은 ‘적게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체중감량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시라”고 말하면, “적게 먹겠다”는 말 대신 “많이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체중감량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체중감량 목표에 따라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어떤 경우든 확실히 적게 먹는 습관을 뿌리내리지 않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체중을 25kg이나 줄인 K씨가 부러우신가요? 그럼 ‘그렇게 조금 먹고 어떻게 살아요?’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적게 먹고도 몇 달 이상 견딜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