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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가 가장 흔히 나타나는 기관이 눈입니다. 대개 40대 중반 전후에 ‘노안’이 찾아옵니다. 난청도 노화의 한 현상입니다.

미각이나 후각은 어떨까요? 코로나19(COVID­19)가 일부 환자들에게 미각과 후각 상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각과 후각은 노화의 영향은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맛을 감지하는 혀(舌)도 노화의 영향을 분명히 받는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안(老眼)’처럼 ‘노설(老舌)’도 있다는 것이지요.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는 최근 여론조사 회사에 의뢰해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소금 섭취량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소변 속 나트륨 함량을 분석해 하루 소금을 몇 g 먹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섭취한 소금은 대부분 소변으로 빠져나가므로 소변을 검사하면 소금 섭취량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소변 검사 전에 ‘짜게, 또는 싱겁게 드시나요?’라고 묻는 설문이 있습니다.

그동안 연구에 따르면 ‘짜게 먹는다’고 답하는 사람이 실제로도 짜게 먹으며, ‘싱겁게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실제로도 싱겁게 먹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소금 섭취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검사 결과의 일치도가 상당히 높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이 이론이 연령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20~30대는 기존 이론과 동일한데, 50~60대 이상에서는 기존 이론과는 상이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싱겁게 먹는다’고 답한 50~60대 중에서 실제 소변검사 결과 소금 섭취량이 많은 경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을까요?

이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만, 저는 ‘노설(老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미각은 나이에 따라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대에 비해 50~70대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등 4가지 맛에 대한 역치가 높았습니다.

역치가 높다는 것은 더 짜고, 더 달고, 더 시고, 더 쓴맛이라야 감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특히 짠맛에서 강하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짠맛, 단맛, 신맛, 쓴맛에 대한 혀의 민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은 단순히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면 음식을 먹거나 조리할 때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평소 짜게 먹고 있으면서도 혀는 싱겁게 느끼므로 설문조사에서는 ‘싱겁게 먹는다’고 답하는 것입니다. 설문조사에서 ‘싱겁게 먹는다’고 답한 50~60대 중 소변검사에서 소금이 많이 검출된 사례들이 나온 것이 이 때문입니다.

유명 맛집의 상당수가 할머니의 손맛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창업주 할머니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며느리나 딸이 식당을 물려받은 뒤 “맛이 변했다”거나 “맛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나서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맛이 변한 것은 원조 할머니의 솜씨를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음식에 넣는 ‘소금의 양’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령으로 미각이 감소한 할머니는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을 많이 넣었고, 그것이 맛의 비결이 되었던 것입니다. 소금은 짠맛만 내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소금은 단맛을 더 달게 하고, 쓴맛을 억제함으로써 풍미를 풍성하게 살려줍니다.

하지만 젊은 며느리나 딸은 소금을 적게 넣어 조리하는 바람에 풍미가 줄었고, 맛이 변했다는 평판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짠맛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가족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연세가 드시면서 “왜 내가 자꾸 소금을 더 넣게 되는지 모르겠어”라고 혼잣말로 탄식하시는 모습을 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노설’이 왔는데 미처 모르셨던 것입니다.

‘노설’은 짜게 먹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꾸어 고혈압과 심혈관­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자동차 계기판이 고장 나면 시속 150km로 달리는데 100km로 표시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속도위반 딱지를 뗄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증가합니다.

‘노설’은 고장 난 계기판과 비슷합니다. 혀가 짠맛에 둔해지면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