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L(59)씨는 한 달 째 수면제를 끊고 있습니다. 불면증이 생긴지 10여 년. 초기에는 해외 출장길에 구입해온 멜라토닌을 복용하거나 술을 마셔 보기도 하다가 몇 년 전부터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잠을 영 못 이룰 때만 수면제를 먹었지만 작년부터는 주 3회 이상 복용하게 됐습니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같은 불안감에 습관적으로 먹게 됐다고 합니다.

수면제 의존성이 걱정된 L씨는 수면제를 끊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수면제를 먹지 않은 뒤부터 밤에 2~3회 잠을 깨고 다음 날 피로감도 나타나지만 ‘수면제 없는 밤’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불면증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63만3600여 명으로 전년보다 6%가 늘었습니다.

작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 우울증’과 재택근무에 따른 수면습관 변화 등이 겹쳐 불면증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면증은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충분하고 양질의 수면은 건강 유지 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수 요소입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는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 장애’ 극복 요령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정해진 시각에 잠들고 깨라

②침대는 잠잘 때와 성관계 때만 사용하라

③카페인을 줄여라

④운동 등을 통해 몸을 많이 움직여라

⑤낮잠을 최소화하라

⑥금연하라

⑦술은 조심해서 먹어라: 술은 신경계 억제 작용이 있어 일부 사람에게는 술 한 잔이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금방 없어지고 오히려 잠을 빨리 깨게 만들 수도 있으며, 코골이를 심하게 할 수도 있다.

⑧수면 환경을 개선하라: 침실에는 TV, 전화기를 포함해 뭐든 두면 안된다. 침실은 잠을 자는 공간이라야 한다. 좋은 수면 환경은 조용하고 어둡고 조금 서늘하고 편안해야 하며 잡동사니도 두지 말아야 한다.

⑨침대에 누운 뒤 20분이 지나도 잠들지 않으면 침실 밖으로 나가 책을 읽으며 긴장을 풀어라

⑩수면제를 먹지 않도록 애써라: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려고 한다면 효과적 사용법을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하며, 복용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낮에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입니다.

수면제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환자들이 수면제를 처방받을 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 의존성 또는 내성 문제입니다.

수면제는 의존성과 내성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다른 약물들보다 특별히 더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수면제를 먹으면 잠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며, 약 복용을 중단해도 멜라토닌 분비가 되살아나지 않아 수면제를 오래 먹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할 때 멜라토닌 분비가 대폭 감소한 뒤 회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없습니다.

극심한 불면증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수면제의 의존성, 내성이 두려워 억지로 참거나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일시적으로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되, 생활습관을 고쳐 수면제 복용 기간을 최소화하고 정상 수면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면제의 부작용은 약물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먹는 습관이나 복용 방법에 의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오남용에 의한 부작용을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 하루 정해진 용량 이상을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한 알씩만 복용해야 하는 약을 두 알 먹으면 수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작용 위험만 커집니다.

둘째 수면제와 술을 함께 먹으면 절대 안됩니다. 수면제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대부분 술과 함께 복용했을 때 발생했습니다. 수면제를 술과 같이 먹은 뒤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을 겪었다는 사례들이 보고돼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필요한 경우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은 큰 문제는 없으나 복용법을 꼭 지켜야 하며, 장기 복용은 권고하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하버드 의대의 권고안과 같은 대안을 꼭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