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21년 성탄절은 기쁘게 맞기를 기원한다는 건강편지가 기억나실 것입니다. 자칫하면 성탄절은 물론 2022년마저 우울하게 맞을 수도 있는데, 이 예상만은 빗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또 적중하는 것일까요?

작년 12월 중순 미국,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으며 우리도 2월말쯤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백신이 접종되면 코로나19(COVID­19) 극복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절차는 대체로 이렇게 진행됩니다.

①발생→②사회적 거리두기→③백신 개발→④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 병행하며 서서히 완화→⑤집단면역 확인 후 사회적 거리두기 철폐→⑥일상 회복 등입니다.

국가 별로 차이가 있지만, 빠른 나라는 ③~④단계 중간쯤에 와 있습니다. 순조로울 경우 미국은 올해 4월, 영국은 7월쯤부터 ④에서 ⑤단계로 이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 모델이라 100% 실행을 장담할 수 없는데,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짧은 시간 안에 인구의 60~70%가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초고속 작전’이란 이름으로 군대까지 동원했지만, 백신 접종은 생각보다 지지부진합니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 백신 물류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조사에서도 ‘지켜보다가 맞겠다(67.7%)’는 응답자가 ‘가급적 빨리 맞겠다(28.6%)’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2회 접종을 1회로 줄여 맞게 하자는 제안도 정치인들로부터 나왔습니다. 항체 형성 효과가 2회만큼 나오지 않지만, 1회만 접종해도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란 주장입니다. 물론 백신 전문가들은 이에 반대합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 계획대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낮고, 집단면역 형성도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보건당국도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루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장애물이 적지 않아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2021년 내에 집단면역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이 말은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둘째 이 목표에 계획대로 도달하기 어려우며,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대책을 앞으로도 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백신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종식시키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에 따라 환자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상황이 올해 내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은 더 있습니다.

잇따라 보고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입니다. 백신 제조사들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약효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돌연변이가 더 많이 생기면 백신을 새로 개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나라에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국민, 또는 외국인의 유입을 전면 차단하지 않는 한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될수록 바이러스 감염병에 취약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코로나19가 1~2년 안에 극복되지 않고 인간 주변에 장기간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유행(epidemic), 풍토병(endemic)을 번갈아가면서 오래 살아남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시나리오입니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종식시킨다는 최선책(플랜A) 대신 차선책(플랜B)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차선책은 최선책보다 훨씬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나오고, 경제 회복은 훨씬 더 늦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초고속 작전’도 성공시켜야 하겠습니다만, 작전 실패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국가, 사회,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망의 불씨는 지켜나가되, 더 나쁜 상황에 대한 대책도 준비하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