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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09
작성일자 2020-12-28
2020년을 보내며 과학을 다시 생각합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코로나19(COVID­19)는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7300여 만 명의 감염자와 160여 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엄청난 인적, 경제적 피해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여러 시사점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과학과 정치의 역할입니다.

어려운 과제의 해결책은 대개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과학(의학)과 기술, 둘째 정치(사회적 합의), 셋째 종교나 신념 등입니다.

멀리, 그리고 빨리 달리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증기기관 발명으로부터 해결되기 시작했고, 치명적이었던 전염병 천연두는 백신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중 선택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즉 정치의 영역입니다. 숲을 그린벨트로 지정해 보존할 것인가, 개발해서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도 대체로 정치의 역할입니다.

내세(來世)의 구원이나 사랑과 자비 등은 종교가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울증은 과학(약물)의 대상이지만, 행복은 주로 종교의 영역입니다.

코로나19는 과학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 논리가 과학을 앞서는 경우가 숱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초기 국경 차단 실기(失機)와 마스크 파동 등으로 빚어진 혼선은 백신 수급 논란과 원칙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의료진과 병상 확보 파동 등으로 이어졌는데, 과학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학이 항상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의 백신이나 치료제를 마법처럼 뚝딱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과학 지식과 사실의 기반 위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개발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면서 차단과 격리 등을 해내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럼에도 공포와 불안에 경제적 타격이 겹치자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 논리가 목청을 높였습니다. 정치는 군중심리까지 동원하면서 문제 해결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뒤돌아볼 때 그것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국내에서는 겨울 들어 확진자 급증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선진국들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데도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30~40%에 이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과학적이고 섣부른 대응은 대규모 희생자와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건강편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바이러스는 인간의 선의를 고려해주지 않으며 실수를 지독하게 응징합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초기부터 국경 봉쇄와 마스크 수급, 사회적 격리 등의 정책을 차분하게 펼친 대만에서 인구 대비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적게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도 정치나 종교의 역할도 분명히 있습니다. 백신을 언제,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등은 과학과 정치가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유행할 때 기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가 교황의 권위가 훼손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신앙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치 과잉’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는 현상도 보입니다. 코로나 19의 대응에서 불필요한 정치 논리를 앞세우다가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를 수도 없이 지켜보았습니다.

과학은 미신이나 맹신(盲信)으로부터 독립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정치, 사회 세력과 이해관계자, 선동에 취약한 대중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만능은 아니며, 모든 문제의 해법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과학적 이슈에 대해서는 과학이 해결의 중심에 서고, 정치와 종교 등은 이를 지지하고 보완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있듯이 과학과 정치가 각각의 본분을 다함으로써 바이러스 질환을 속히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은 뉴욕의 간호사 샌드라 린지는 인터뷰에서 “나는 과학을 믿는다.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이 지핀 희망의 불씨를 잘 키워 어둠을 물리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올 한 해 건강편지에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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