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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08
작성일자 2020-12-23
몸과 마음의 ‘격차’ 인정해야 낙상 줄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집에서 애견과 놀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나이가 78세라는 점을 들어 세계 최고 권력자라도 낙상은 못 피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낙상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 3명 중 1명은 일 년에 1회 낙상을 경험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발목뼈에 실금이 가서 한동안 고정만 하면 낫는다고 합니다만, 모든 낙상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낙상의 10~15%는 심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중 절반이 골절입니다.

골절은 ‘뼈가 부러지는 것’이라고만 알고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슨 뼈가 얼마나 심하게 부러졌는가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낙상에 의한 골절은 장애나 사망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80대 골다공증성 고관절 골절이 발생한 10명 중 2~3명이 1년 내에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낙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낙상 원인은 크게 ▲외적 요인(환경) ▲내적 요인(건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환경 요인 중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곳은 집안입니다. 낙상 10건 중 6~7건은 집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침실(침대), 욕실, 사다리, 계단 등이 낙상이 자주 발생하는 곳입니다.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욕실이나 마루, 계단 등에서 잘 미끄러집니다.

따라서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밟고 넘어질 수 있는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또 욕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욕조와 변기 옆에 손잡이를 부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간에 화장실을 이용할 때 낙상 위험성이 있으므로 거실에 취침등을 켜두는 것도 권장됩니다.

아울러 겨울철 눈길이나 빙판, 등산로나 길에 쌓인 낙엽도 낙상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내적 요인 중에서는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를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근력도 약해져 낙상 위험이 커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낙상이 심각한 골절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람이 바로 서 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교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근육과 뼈, 관절이 튼튼해야 함은 물론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 시각, 청각, 균형감각, 촉각 등 여러 정보를 뇌에서 빠르고 정교한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하나둘 고장 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자세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낙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내적 요인을 잘 관리하려면 우선 낙상 위험을 증가시키는 질환인 폐렴, 뇌졸중, 빈혈, 탈수증 등을 적절하게 예방, 치료해야 합니다.

근골격계의 건강 유지도 필수적입니다. 근골격계가 약화됐는지를 간단하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손으로 팔걸이나 다리를 짚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지 측정해보는 것입니다. 만약 쉽게 일어날 수 없고, 걸음걸이나 시력, 인지기능 저하 등의 다른 위험 요인들과 겹친다면 낙상 위험이 높다고 보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한 가지 꼭 추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몸 나이’와 ‘마음 나이’ 사이의 격차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 ‘마린 원’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에 타고 내릴 때 계단 손잡이를 잡는 모습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헬리콥터는 ‘에어포스 원’이라는 대통령 전용기보다 작아서 계단의 수가 적은데도 손잡이를 잡는 이유는 의료진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몸은 늙는데 마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젊을 때처럼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음만은 영원히 청춘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면 낙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스포츠 애호가들 사이에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겠다고 욕심을 내거나, 친구들과 즐기는 운동에서도 과도한 승부욕을 발동하다가는 낙상이나 부상 위험이 급증한다는 점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쇼핑센터, 빌딩, 지하철 등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손잡이를 잡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서면 낙상 위험이 상당히 높습니다. 손잡이를 잡는 게 창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자존심은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승부욕이나 자존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삶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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