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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02
작성일자 2020-11-16
‘혈액 산성화’, 알칼리성 식품으로 막을 수 있나?


“고기를 먹으면 피가 산성화된다.” “현대인은 혈액이 산성화되기 쉬우므로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 창에는 ‘혈액 산성화’를 다룬 수많은 콘텐츠가 올라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부터 각종 동영상은 물론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광고들까지 있습니다. ‘혈액의 산성화라는 말은 근거가 미약하다’는 일부 주장도 있긴 합니다만,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혈액은 끊임없이 산성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은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혈액 산성화는 약 100년 전인 1920년대에 제시된 개념입니다. 그 무렵에는 혈액 산성화는 상당히 주목받는 새 이론으로 여겨졌습니다.

거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당시 인체의 혈액은 약한 알칼리성(pH 7.4)을 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물질의 산도(pH)는 중성인 7을 기준으로 내려가면 산성, 올라가면 알칼리성이 강함을 의미합니다.

이와 아울러 식품을 태워 재를 분석해본 결과 산성이 높은 것과 알칼리성이 높은 것이 구별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런 연구들이 합쳐지면서 소위 ‘산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이 산성화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산성화된 혈액을 정상인 약 알칼리로 되돌리려면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화학실험 시간에 산(酸)성분에다 알칼리 성분을 넣으면 중성이 되므로 혈액 산성화 이론은 꽤 그럴 듯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 과정에서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실험용 기구인 비커(beaker)와 사람의 몸은 달랐던 것이죠.

어떤 사람은 개의 혈액에 강력한 산성을 가진 염산 등을 직접 주사하는 실험도 했습니다. ‘산성 식품’을 먹는 정도가 아니라, 강한 산을 혈액에 직접 주입하면 혈액이 곧바로 산성화되리라고 예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의 혈액을 채취해 확인해보았으나 계속 약 알칼리성을 유지하였습니다.

이런 실험을 통해 혈액 산성화는 큰 폭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인간이나 개와 같은 고등 동물의 혈액은 일시적으로 미미하게 산성화가 진행될 수는 있어도 곧바로 약 알칼리성으로 중화되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완충작용(buffering)’이라고 합니다.

혈액이 산성화되더라도 그 농도는 우리 생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수준입니다. 혈액의 소금 농도는 0.9%입니다. 제법 짠맛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혈액의 산성화되는 수준은 짠맛 농도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변화입니다. 산성화, 수소 농도의 변화는 짠 맛, 나트륨 농도 변화의 10만분의 1로 매우 미미합니다.

그래서 인체의 산성 변화는 정밀한 계측 장비가 있어야 측정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게 일어납니다. 그 미세한 산성화도 일어나는 순간, 몸의 완충작용에 의해 바로 약 알칼리성으로 되돌아갑니다.

식품을 태워 재를 분석해서 염소, 인, 황이 많으면 산성 식품, 마그네슘이나 칼슘, 칼륨 등이 많으면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하는 분류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식품의 산성이나 알칼리성은 현실적 체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맛이 나는 귤은 산성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혈액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의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은 엉터리 주장들보다 훨씬 더 정교합니다.

대체의학 등 일부에서 아직도 이를 믿고 받아들이거나 장삿속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칼슘을 많이 먹어야 혈액의 산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마치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떠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과학 용어인 산이나 알칼리 등이 들어 있는 말이라고 해서 다 과학적 근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해입니다.

혈액의 산성화나 산성이나 알칼리성 식품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보다는 육류, 패스트푸드, 소금 지방 설탕이 많은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와 통곡물을 챙겨먹는 노력이 천 배 만 배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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