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17년 1월2일 첫 건강편지를 이메일로 띄운 지 올 연말로 4년이 됩니다. 그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보내드린 건강편지가 어느덧 200회를 넘어서기까지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편지 단행본 애독자 여러분께도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건강편지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시는 독자들도 있는데, 그 중에 “왜 박사님의 건강편지는 싱거운 느낌이 들까요?”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눈 건강을 위해서는 뭘 먹어라” “치매를 예방하려면 뇌 MRI를 찍어라” “혈압약 이렇게 끊어라” 등의 화끈한 건강 의학 정보를 알려달라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일상생활에서 화끈한 것을 좋아할 때가 있습니다. 운동도 역동적인 축구를 가장 좋아해서 국가대표 A매치나 유럽 축구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TV중계는 웬만하면 다 챙겨봅니다. 예전에는 짜고 맵고 기름져서 화끈한 맛이 나는 음식도 종종 먹었으나 지금은 끊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진료하고 연구할 때는 냉정함과 객관성,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주변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질병과 건강에 대해 화끈한 정보는 차고 넘칩니다. 과거에는 신문, 잡지, 방송 등 건강 의학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언론은 물론 인터넷,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에 건강 의학 정보가 흘러넘칩니다. 정보의 홍수 시대입니다.

그런데 정보는 흘러넘치는데 믿을 수 있고 내게 꼭 필요한 정보는 점점 더 찾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화끈한 정보’는 스마트 폰을 통해 저에게도 종종 들어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해주는 방법이란 글과 영상들도 받아보았습니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는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수많은 건강 의학 정보들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건강 정보를 가장해 장삿속을 챙기려는 내용들도 적지 않습니다.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학 고문이자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위원인 스콧 애틀러스 박사가 “마스크가 효과가 있나? 아니다”라는 글을 트윗했다가 트위터 측이 삭제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트위터 측은 애틀러스 박사의 주장을 허위정보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언론과 대중들도 마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방침을 근거로 애틀러스 박사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스크에 대한 애틀러스 박사의 주장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만, 왜 그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스크의 효과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의학 분야에서 누가 어떤 주장을 한다고 해서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에 대해 해당 분야 여러 전문가들이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검증 작업을 합니다. 이를 거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일정한 합의에 도달합니다만, 학회등 좀 더 큰 규모의 검증 절차를 더 거쳐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권고사항으로 발표됩니다. 그 전후에 무작위 대조연구를 통해 확인, 검증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손씻기의 감염질환 예방 효과는 이런 과정을 다 거쳤으므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는 아직 이를 다 거치지 않았으므로 2020년 8월 과학저널 ‘네이처’도 ‘마스크 사용 권고에 대한 일관된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명백히 효과가 있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마스크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입니다.

다만 마스크의 효과가 최종 증명되기 전이라도 호흡기 질환이 대유행하는 시기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편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을 금연,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과음하지 말고, 소금 지방 설탕 섭취를 줄이라는 내용 외에 화끈하거나 특별한 정보는 기억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더 드시라는 말씀도 종종 드리는데 이 역시 톡 쏘는 정보라고 하기는 힘들지요.

이런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해 말씀드린 이유는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건강 의학 정보들이기 때문입니다. 40년 동안 진료하면서 환자들로부터 받은 여러 질문을 임상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결론을 얻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검증된 정보는 밋밋하고 싱겁습니다. 화끈하거나 눈길을 확 끄는 정보를 접하시거든 받아들이기 전에 꼭 따지고 검증해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편지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건강 의학 정보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건강에 도움될 방법을 더 찾고 고민하겠습니다. ‘아는 것’을 넘어 잘 실천하는 방법도 알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