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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등 세상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일들이 많은 탓인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간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최근 발표한 신부전 등록 사업 결과에서 2019년 국내 신장 투석 환자가 10만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라고 학회는 덧붙였습니다.

2019년 한 해 국내에서 새로 생긴 신장투석 환자는 1만6000명. 이는 대만, 일본, 싱가포르, 미국, 포르투갈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 많은 숫자입니다. 대한신장학회는 신장 투석 환자 급증의 배경으로 인구고령화,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증가, 투석 환자의 사망률 대폭 감소 등을 꼽았습니다.

지난 2001년 투석 환자 1000명 당 연간 사망자는 120명이었으나 의학­의술의 발전과 신약 개발 등에 힘입어 2019년에는 20명으로 1/6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 오래 사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이 신장 투석 환자 증가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신장투석 환자가 10만 명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신장 투석 환자 10만 명을 전체 인구 5000만 명에 적용하면 약 500명에 한 명 꼴이니 그리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별로 많지도 않은 신장 투석 환자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통계연보(2018년)를 살펴보겠습니다.

질환별 진료비 지출 내역을 보면 고혈압 환자 631만 명이 3조3329억 원을 썼고, 당뇨병 환자 304만 명이 2조4474억 원을 썼습니다. 그런데 9만901명(2018년 기준)밖에 안되는 신장 투석 환자들이 2조6340억 원의 진료비를 썼습니다.

투석 환자 숫자는 당뇨병의 1/30에 불과하지만, 진료비 규모는 더 큽니다. 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해야 돼 보험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앞의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년 대비 만성콩팥병 환자 증가율이 10.7%로 주요 질환 중 1위였습니다.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60mL/분 미만으로 떨어진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합니다. 만성콩팥병이 악화돼 사구체 여과율이 15mL/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신장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콩팥이 나빠져 투석에 이르는 일반적인 과정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 신염→만성콩팥병→말기신부전→투석’입니다. 수백 만 명에 이르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이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살표 방향으로의 진행을 막거나 최대한 늦추려는 노력을 통해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신장 투석으로까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이는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당뇨병, 고혈압의 철저한 치료와 관리입니다. 약물 복용과 아울러 식사요법, 규칙적 운동, 적정 체중유지 등은 필수이며, 금연과 절주도 꼭 실천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나트륨 섭취를 반드시 줄여야 합니다.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권장량 대비 남성은 2배, 여성은 1.4배나 됩니다.

지난 건강편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만성콩팥병 예방 효과에서 나트륨 섭취 줄이기는 운동, 절주 등 다른 요인들보다 더 큽니다. 나트륨 줄이기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입니다.

건강편지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세계 195개 국가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질병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에 따르면 2040년 세계의 사망 원인은 1위 허혈성 심장질환, 2위 뇌졸중, 3위 하부 기관지 감염, 4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5위 만성콩팥병으로 예측되었습니다. 만성콩팥병은 2016년 15위에서 5위로 급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문제’이니 나와는 무관하게 느껴지시는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 해 한 해 지날 때마다 나와 내 가족의 문제로 닥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도 생활습관을 고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그 첫째가 소금 섭취 줄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