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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회사원 C씨. 1년 여 전 다니던 회사 부서 회식에서 과음 후 귀가 길에 두세 번 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토한 뒤에 가슴 부위가 답답하면서 통증이 이어졌고, 대변 색도 까맸습니다. 꺼림칙한 마음에 동네 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식도나 위 등에 출혈이 의심된다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대학병원 검사 결과 식도가 찢어진 것이 확인돼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출혈 양은 생각보다 많았고, 수혈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뒤에 콩팥 기능이 점점 떨어지다가 급성신부전으로 악화됐습니다.

급성신부전이 생겨도 투석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개 콩팥 기능이 회복됩니다. 하지만 C씨는 손상된 콩팥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됐고, 몇 달 만에 신장 투석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음하고 토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고 토하는 것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소해 보이는 경험 때문에 건강하던 40대 남성이 평생 신장 투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C씨에게 친형이 콩팥을 이식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이식 전 검사에서 불가 판정이 나왔습니다. 그의 형도 콩팥 피질 괴사가 발생하는 특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형으로부터 콩팥을 이식받은 뒤에 C씨에게 또다시 콩팥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동생에게 콩팥 한 개를 기증한 뒤 형에게 하나 남은 콩팥에 피질 괴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의료진은 판단했습니다.

C씨 형제처럼 피질 괴사가 잘 생기는 유전자를 가졌는지를 미리 알면 대비를 할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살아갑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으며, 설령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두 급성 또는 만성신부전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출산, 수술, 내출혈 등의 상황에서 피를 많이 흘리면 콩팥 피질(사구체)이 괴사할 가능성이 있고, 운이 나쁘면 만성신부전으로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출혈을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출혈로 혈액의 양이 감소하면 콩팥의 일부 조직(사구체)이 쪼그라들게 되고 심하면 괴사도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콩팥이 기능을 잃고 신부전에 빠집니다.

무심코 했던 행동이 콩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경우는 구토 외에도 꽤 있는데, 진통제 복용도 그 중 하나입니다.

중장년층 이상이신 분들 중에는 허리, 관절, 팔다리 등의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의 상당수는 치료가 잘 되지 않다보니 진통제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해열진통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일반약도 팔리고 있습니다. TV나 신문 등에 광고가 많이 나오는 탓인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진통제들도 꽤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진통제의 상당수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인데, 이것이 심각한 콩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먹는 약뿐 아니라, 파스, 연고 등 여러 형태로 시판되고 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궤양, 급성 또는 만성 콩팥 질환,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급성 또는 만성 콩팥 질환, 즉 콩팥 독성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입니다.

비스테로이성 소염진통제의 콩팥 독성은 먹는 약뿐 아니라, 파스나 연고 형태로 된 경우에도 생기므로 다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복용하는 해열진통제 아스피린도 장기 복용하면 콩팥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다만 많이 이용되는 진통제 중 타이레놀은 콩팥 독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술 마신 뒤에 복용하면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술 마시고 토하는 것이나, 진통해열제를 무심코 복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입니다.

이런 흔한 경험 때문에 평생 크고 작은 콩팥병 또는 콩팥 기능 저하를 안고 살아야 한다면 억울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