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4년 전 K(66)씨의 콩팥 기능은 61mL/분이었습니다.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합니다. 콩팥 기능이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낮아져 있었습니다.

4년 지난 지금, 그의 콩팥 기능은 72mL/분입니다. 수치가 60대 초반에서 지금은 70대 초반까지 개선된 것입니다.

콩팥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한 번 나빠지면 다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것을 조기 발견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필요할 때 약물치료를 받으면 콩팥 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만성신부전까지 악화된 뒤엔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K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K씨가 콩팥이 나빠진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만성콩팥병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이 없고, 사구체 신염을 앓은 적도 없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지만 약물로 조절되고 있어 콩팥에 악영향을 줄 정도가 아닙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K씨 삶의 궤적과 생활습관이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40년 가까이 주로 영업 현장을 누볐습니다. 한참 일할 때는 집은 잠시 눈 붙이고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곳이었다고 할 정도로 업무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요즘 세대의 비즈니스는 세련되게 변모했습니다만 80~90년대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접대, 회식은 빼놓을 수 없었고, 술 담배와 과식, 과로는 직장인의 필수품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두주불사(斗酒不辭)’라는 말이 찬사로 통용되었던 시절입니다.

그런 생활을 오래 했으면서도 고혈압, 당뇨병이 없는 것을 보면 K씨는 건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자주 건강 위기감을 느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때문인지 과음, 과식, 과로에 찌든 몸을 보충하려는 마음에 ‘몸에 좋다는 것’을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인삼과 홍삼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었고, 녹용, 사슴피, 개소주 등 보신, 보양식품들도 수시로 챙겨 먹었다고 합니다.

4년 전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후 저는 K씨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첫째 소금 섭취를 대폭 줄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4~15g이었습니다. 이 정도 분량의 소금 섭취는 콩팥 기능을 계속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꾸준한 싱겁게 먹기 실천으로 최근 그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7g대까지 낮아졌습니다.

둘째 ‘몸에 좋다는 것’을 일체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모든 건강식품 복용을 중단시켰습니다. 그 때부터 그는 식사와 간식(과일 등), 약(콜레스테롤 저하제) 한 가지만 제외하면 종합 비타민도 먹지 않습니다.

‘몸에 좋다는 것’을 먹지 않았으니 몸이 나빠졌을까요? 정반대입니다. 콩팥 기능 뿐 아니라 여러 건강 수치들이 개선되었거나 유지되고 있습니다.

만성콩팥병 환자들 중에도 K씨 같은 사례가 제법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의 원인 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사구체신염 등이 없는데도 콩팥 기능이 점점 떨어져 만성콩팥병 단계로 악화된 것입니다. 이 분들은 오랫동안 과음, 과로, 흡연, 비만 등으로 몸을 혹사하면서도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줄 모르고 방치했다가 나중에 만성콩팥병을 발견한 경우입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졌더라도 K씨처럼 조기 발견해 식습관 개선이나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콩팥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를 놓쳐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강편지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만, 뭔가를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인은 먹지 못해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는 것들이 건강을 위협합니다. 대표적인 게 소금, 설탕, 지방 등이고, 무분별한 건강식품, 보신 또는 보양 식품 섭취도 해당됩니다.

이른바 ‘몸에 좋다는 것’들이 심리적 위안은 될지 모르지만, 실제로 건강을 증진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역군들 가운데 만성질환을 훈장처럼 지니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노고를 위로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부디 더 먹어서 건강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시고, 너무 많이 먹는 것을 줄이는 노력으로 장수의 축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