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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일까요? 초기에는 낙관적, 비관적 전망들이 엇갈렸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며 낙관론은 대개 빗나가고 비관론들이 적중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올 크리스마스쯤 해결되리라는 희망 섞인 예상을 내놓는 외국 정치인들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몇 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백신에도 오해가 있습니다. 국내외 제약, 바이오 회사들이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기대할 만한 진전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백신만 나오면 코로나19는 끝’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설사 백신이 나와도 한 세대 이상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백신이 나와 있지만, 독감이 매년 유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살충제는 해충을 박멸하고 구충제는 기생충을 몰아내지만, 백신은 바이러스를 소멸시키지 못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이 나와도 평생 가는 면역을 형성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변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백신이 추격하면서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이다 일정 시간 뒤 안정적 공존을 이루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파력이나 독성이 감기 수준으로 떨어져 백신이나 치료제가 필요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운이 좋은 것이겠지요.

백신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백신 개발 초기 물량이 부족해 빨리 접종 받고 싶어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국내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선 접종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 회사가 개발하면 아무래도 자국민에게 접종 우선권이 돌아갈 것이니,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최근 빌 게이츠가 한국이 백신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연 2억 개를 생산할 수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3상 임상시험 중인 백신이 5개나 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2종의 백신이 1~2상 임상 중인데 왜 그런 편지를 썼는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구는 5000여 만 명인데 500만 명 분량의 백신 밖에 확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보건당국은 올 가을~겨울에 대비한 독감 예방접종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예년에는 10월부터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작년(1381만 명)보다 38% 증가한 1900만 명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유료 접종자를 포함하면 총 2700만 명 분을 확보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와 독감 유행이 겹치면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료 접종대상자는 생후 6개월~18세, 임신부, 만 62세 이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아동과 청소년, 기저질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강 취약 계층을 무료 접종하겠다는 것입니다. 의료기관 종사자, 방역 담당자들도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감염병이 집중 발생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접종돼야 한다는 빌 게이츠의 주장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의 사람들부터 지켜야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나 권력자가 아닌, 고위험군부터 접종하는 것이 백신 접종의 기본 원칙입니다.

왜 모든 사람에게 접종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바이러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인구의 60% 정도가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질환들도 있습니다만, 독감이나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은 70% 안팎의 접종률이면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이 아닙니다. 1798년 영국의 제너가 종두법을 발표한 지 181년만인 1979년 천연두 바이러스 소멸이 선언됐습니다만 이는 사실상 유일한 사례일 뿐,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더라도 손씻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행동 백신’을 앞으로 상당 기간 준수하면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뉴 노멀(New normal)’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