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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코로나19(COVID‒19)와 독감을 동시 검사하는 진단 키트를 내놓았다는 소식은 올 가을~겨울 유행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합니다.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 조금 더 이어지다가 소멸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유행(1차 파도)으로 끝나지 않고 또다른 유행(2차 파도)이 가을~겨울쯤 닥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 파우치 박사도 “2차 파도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2차 파도는 1차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데 그 근거는 1918~1919년 스페인 독감입니다.

1918년 4월부터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3개월간의 1차 유행 뒤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그해 가을인 10월부터 1919년 1월까지 2차 유행이 닥쳤습니다.

1차 때 0.5%였던 치명률이 2차 때는 2.5%로 다섯 배 치솟았습니다. 이 때문에 5000여 만 명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대다수가 2차 유행 때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2차 파도 예상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첫째 전파력이 강한 돌연변이의 출현입니다. 전파력이 6배 이상 강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됐다고 보고돼 있습니다. 일부에서 세계 인구 약 70억 명 중 6억 명이 감염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강한 전파력을 시사하는 또다른 뉴스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공기(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32개국 전문가 239명이 세계보건기구에 전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통로는 기침이나 말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과 같은 작은 입자입니다. 이를 직접 흡입하거나 입자가 묻은 문손잡이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기로 전파된다면 양상이 전혀 달라집니다. 공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는 홍역이 대표적인데, 만약 코로나19가 홍역처럼 전파된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감염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공기 전파에 대해서는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겠습니다만,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우려됩니다.

둘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사한 호흡기 감염증을 일으키는 감기나 독감이 유행하는 가을~겨울에 유행하기 쉽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기 때문에 둘이 동시에 유행하면 구별이 어려워 예상을 뛰어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 느슨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중들이 점차 코로나19에 무감각해지기도 하거니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대열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양날의 칼입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 방역을 위해서는 ‘최선의 대책’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역에 치중하면 감염병 확산은 억제할 수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하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됩니다.

2차 유행에 대한 완전한 대비책은 없습니다.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중시하는 ‘과학’과 먹고사는 문제에 치중하는 ‘정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 쪽에 치중할지, 아니면 정치 쪽으로 기울지의 결정에서 핵심적인 열쇠를 ‘대중’이 쥐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과 정치의 갈등 속에 뛰어든 대중; 이들의 삼각관계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유행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그와 별개로 독자 여러분 개인과 가정에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비하시기를 권합니다.

기저질환자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뉴스에서 많이 접하셨을 줄 압니다.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더 꼼꼼하게 관리하시기를 권합니다. 날씨가 무덥고 코로나19가 두렵다고 해도 운동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됩니다.

평소 만성질환으로 약을 드시는 분들은 약물의 종류를 정확하게 메모해두시면 좋습니다. 구급약 상자를 열어보시고 소화제, 진통제 등을 확인해보시고, 마스크도 조금 여유 있게 확보해두시기 바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지켜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위생수칙을 잘 지키면서 만일의 상황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