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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60대 여성 환자 C씨. 두달 여 만의 검사 결과 콩팥 기능이 예상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씨는 남미 지사에서 근무하는 사위와 함께 현지에서 살던 딸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돌배기 손녀를 데리고 귀국한지 2개월쯤 됐는데 손녀 봐주느라 힘들다고 했습니다.

빨리 딸과 손녀를 사위에게 보내는 게 어떠시냐고 했더니 남미의 코로나19 피해가 크고 의료서비스도 부족해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생을 감수하고라도 딸과 손녀를 데리고 있겠다는 심정은 이해가 되었습니다만, 만성콩팥병 악화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까요?”라고 물어보는 C씨의 표정에 간절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가 6월말 전 세계 확진자 1000만 명, 사망자 50만 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말 중에서 인상에 남는 것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국장 R. 레드필드 박사가 하원청문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미국이 무릎을 꿇었다.”

미국이 무릎을 꿇었다고 해서 인간이 바이러스에 패배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될 것이란 국내외 정치인들의 섣부른 전망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염병 분야에서도 권위를 자랑하는 CDC의 고위 간부가 한 말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공습으로 개인과 사회, 조직, 국가 등이 2020년 상반기를 경황없이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건강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확실한 것은 '바이러스는 안다(Virus knows)'는 말입니다. 이는 ‘사람은 모른다(We don't know)’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몇 가지 시나리오는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어느 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적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완전히 없어지거나 사스나 메르스처럼 전파력이 뚝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없진 않으나,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률과 전파력이 약화돼 감기처럼 인간과 공존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인데, 그 중 4종은 감기 바이러스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5번째 코로나 감기 바이러스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올 연말~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길게는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란 의견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근래의 전염병 유행 주기로 볼 때 2024년 코로나19는 물러날 때쯤 또다른 전염병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의 두 예측은 맞기만 하면 좋겠습니다만 바이러스 ‘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정권을 바이러스가 쥐고 있어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은 셋째 상황에 대비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급성질환인 바이러스 전염병이 만성화되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과거 정상(正常)이었다가 코로나19라는 비정상(非正常)을 거쳐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할 듯합니다. ‘뉴 노멀(new normal)’ 또는 ‘신상태(新常態)’가 일상화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빨리 개발되면 변화 폭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곧 정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조금만 더 견디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서 소개한 C씨 사례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등의 만성질환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몇 달 쯤 소홀히 해도 코로나19가 끝난 뒤 다시 잘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쳐먹어야 합니다.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은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과 상관없이 진행, 악화됩니다. 코로나19가 집중 발생한 대구에서 올해 1~3월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일반 질환 사망자가 15% 늘었다는 국내 자료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19 감염에도 훨씬 더 취약합니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그 자체가 인간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일 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높이는데도 위험 요소가 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으로 받아들이시고 건강을 관리해야 합니다. 아울러 학업, 가정, 사업 등에서 올 하반기 계획 수정하거나 내년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이를 고려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