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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초반 여성 A씨는 젊을 때부터 만성방광염과 가끔 나타나는 신우신염으로 고생해왔다고 했습니다.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서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면 낫기는 합니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곤 했고, 여러 병원에 다녀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료 중 초음파 검사에서 A씨는 제 구실을 하는 콩팥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는 “평생 모르고 살았다”면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과거부터 진료하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오래 전 여러 번의 요로감염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콩팥에 심한 염증이 일어났고, 그 결과 콩팥이 쪼그라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소변은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 만들어진 뒤 요관(尿管)을 거쳐 방광에 모였다가 요도(尿道)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처럼 소변이 만들어진 뒤 배출될 때까지 길을 요로(尿路)라고 합니다. ‘소변 길’이라는 뜻이지요.

이 요로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요로감염’이라고 합니다. 이 중 콩팥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 신우신염이고, 그 외에 요관염, 방광염, 요도염도 있습니다. 요로감염이 흔하다 보니 사소한 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칫하면 콩팥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결코 만만한 병은 아닙니다.

여성의 대부분이 평생 1회 이상 겪는다고 할 정도로 요로감염은 여성들에게 많습니다. 문제는 재발입니다. 지난 1년 동안 3회 이상 요로감염을 겪은 경우를 ‘재발성 요로감염’이라고 합니다. 치료를 받았는데도 요로감염이 잘 재발한다면 몇 가지를 체크해봐야 합니다.

첫째 P형 혈액형 여부입니다. 흔히 알려진 혈액형은 ABO타입입니다만, P형 혈액형이란 것도 있습니다.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의 80%는 대장균(E.Coli)입니다. 이 중 표면 섬모구조를 가진 대장균은 P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요로 점막과 잘 결합해서 쉽게 감염을 일으킵니다.

둘째 콩팥과 방광의 구조 이상입니다. 소변은 콩팥→요관→방광→요도라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야 합니다. 거꾸로 흐르는 현상, 즉 역류가 일어나면 염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둥근 고무 호스처럼 생긴 요관은 방광에 수직으로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요관이 수직으로 연결돼 있을 경우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면 요관으로 소변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요관은 방광에 비스듬히 연결돼 있습니다. 방광에 소변이 차오르면 방광벽은 팽창 압력이 가해져 얇아지는데, 이 때 요관 끝이 눌러져 닫힘으로써 방광에서 요관으로 소변이 역류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는 콩팥 안에도 있는데 이 역시 소변 역류를 막아줍니다.

종종 유전적 소인 등으로 인해 콩팥 안, 또는 요관과 방광 연결 부위에 이상이 있으면 소변이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셋째 적절한 치료 여부입니다. 일부 요로감염 환자들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느끼고 처방받은 항생제를 다 복용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내 버리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요로감염 재발의 주된 요인을 재감염으로 보았습니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완치되지 않고 방광 등 요로점막에 남아 있던 세균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세균이 점막에 파고들어 보호막을 만들어 숨어 있다가 약 복용을 끊으면 다시 활동하면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이론입니다. 이 때문에 재발성 요로감염은 치료가 쉽지 않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A씨의 30대 딸도 요로감염 재발이 잦은 편입니다. A씨의 90대 노모께서도 패혈증으로 별세했다고 하는데, 요로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요로감염은 가족력,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재발성 요로감염이 있을 때 딸에게도 나타날 확률이 2.3배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요로감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으며, 소변 볼 때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콩팥이나 요관 등 상부 요로에 생긴 요로감염은 고열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요로감염은 원인 규명과 완치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원인을 찾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통증이나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