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대체 코로나19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 지인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제게 한 질문입니다. 하루는 백신이 곧 개발될 것처럼 보도됐다가, 그 다음날 정반대 보도가 나오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사업가인 그는 코로나19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하반기 사업계획도 수정해야 할 것같은데 짐작조차 못하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올 1월 중국 ‘우한폐렴’으로 시작돼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가 5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확진자는 530여만 명에 사망자는 34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확진, 사망자는 물론 우울증 환자까지 늘고 있으며, 경제난 가중에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돌파구는 없을까요?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백신과 치료제는 언제쯤 개발될 것인가, 둘째 코로나19는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 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10여 종에 이릅니다.

건강편지에서 말씀드린 적 있듯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RNA타입으로 유전됩니다. 에이즈,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입니다. 이런 바이러스는 모(母)바이러스에서 자(子) 바이러스로 유전 정보를 전할 때 돌연변이가 많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 7종 중 4종은 감기 바이러스인데 이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흔한 감기여서 백신과 치료제가 굳이 필요 없기도 합니다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볼 때 백신과 치료제가 빠른 시간 안에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물론 이런 전망이 빗나가 올해 중에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운이 좋아서라고 봐야 합니다.

한 가지 변수는 있습니다. 올해 중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힘들 것이란 예측은 종전의 신약개발 과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종전의 백신 개발 방법은 임상시험 참가자의 몸에 예방백신을 주사해 면역반응을 먼저 확인합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면서 예방백신을 맞은 참가자들이 맞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병에 적게 걸리는지 여부를 확인해 약효를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서는 예방백신을 주사해 항체가 형성됐는지 확인한 뒤 인위적으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바로 주사해 병 예방효과를 확인하는 파격적인 임상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몸에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주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평소에는 시도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이런 임상시험에 자원하는 사람이 미국에만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윤리적 논쟁의 소지도 있습니다만, 다른 관점에서 ‘개척자(first mover)의 도전정신’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우두 백신을 만든 E. 제너도 자신의 몸에 직접 백신을 주사해 가면서 약효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개척자 제너의 이런 헌신과 희생이 공포의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서 위대한 업적이 나온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백신, 치료제 개발과 아울러 이미 개발돼 있는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 말라리아 치료제와 비슷한 성분(하이드록시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 등이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지 기대를 모았습니다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곧 없어질 것인가, 아니면 올 가을 또는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사라지지 않아도 백신과 치료제만 있으면 대응 가능하겠습니다만,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만큼 바이러스가 스스로 물러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변이 “바이러스는 안다(Virus knows)”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적지 않은 피해와 타격을 준 뒤에나 인간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지금으로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질지 남아 있을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갖가지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소셜 미디어로는 검증되지 않은 루머들까지 돌아다닙니다. 과학보다는 대중선동을 등에 업은 정치 공학적 발언이 더 주목을 받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을 견디기 위해 간혹 선의의 거짓말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힘들수록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앞날을 예측해야 합니다. 근거가 미약한 낙관론은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판데믹 상황에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 이상의 해법은 없다고 봅니다. 개척자들의 도전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감사한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