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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화된 뒤 두 달이 넘어서면서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다보니 사실관계가 잊힐 때도 있습니다. 차단과 격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관계란 ①신종 바이러스이기에 인류, 누구도 바이러스에 면역돼 있지 않고, ②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③확산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며, ④증상 발현의 양상도 종전과 다른 변종 바이러스 질환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판데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바이러스는 사람(숙주)을 통해서만 확산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책인 ‘입국 또는 도시 봉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도출됩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현대 문명의 기반인 ‘밀집(도시)’과 ‘이동(교통)’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를 최대한 떼어놓고 있습니다.

사람을 떼어놓으면 문제가 다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밀접한 사람 관계를 차단하면 바이러스 전파는 막을 수 있으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에 위기가 닥칩니다. 바이러스 차단과 경제적 번영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형국입니다.

차단과 격리가 두 달 여 동안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느냐는 하소연도 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차단과 격리 외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만약 차단과 격리를 포기하면 순식간에 확산돼 인구의 60~70%까지 감염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면 국내에서만 30~35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일부지만, 대안도 모색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직장과 학교를 정상 운영하는 등 ‘집단면역’을 택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집단면역의 기본 개념은 인구의 약 70%가 감염된 후 면역이 생기면 전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웨덴은 정상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일정 인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의료시스템 범위 안이라면 치명적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면역으로 가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 인구 밀도입니다. 스웨덴은 넓은 국토에 인구 1000만 명으로 인구 밀도가 2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509명/㎢)의 1/25에 불과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낮고, 1인 가구도 많습니다. 바이러스 급속 확산 가능성이 낮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둘째 의료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 달에 최대 2000명의 환자를 감당할 의료시스템을 갖춘 한 도시에서 전염병 환자 1만 명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환자가 한 달에 2000명 이하씩 몇 달에 걸쳐 천천히 발생하면 전체 합계 환자가 1만 명에 이르러도 의료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치료약이 없어도 중증 악화를 막고 사망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버는 동안 면역이 생긴 사람들이 증가해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전체 환자 숫자를 줄일 여지도 생깁니다.

하지만 만약 한 달 안에 1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의 감당 능력을 넘어선 8000명의 환자 중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서는 1차로 입국 금지와 철저한 검역 등의 조치를 취하고, 2차로 환자가 발생할 경우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 발생 추이 그래프가 볼록한 ‘종’ 모양이 아니라, 납작한 ‘삿갓’ 모양이 되도록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핵심이 차단과 격리입니다.

4월초쯤 차단과 격리가 완화, 해제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습니다만, 미국이 4월말로 늦췄고 국내에서도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차단과 격리가 언제쯤 끝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지금 위치가 터널 입구인지, 중간인지, 출구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인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스웨덴처럼 집단면역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차단과 격리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 운동부족,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이 겹치면서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으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왕자와 공주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됐듯이 바이러스는 신분을 가리지도 않고, 개인의 힘든 사정을 고려해주지도 않습니다.

조바심을 낸다고 조기에 종식되지도 않습니다. 묵묵히 위생수칙을 준수하면서 버텨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날까지 독자 여러분의 건승(健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