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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완연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은 아직 얼어붙어 있습니다. 자치단체들이 보내주는 신규 확진자 문자서비스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사재기에 나선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 영화 속의 장면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코로나19 두려움에 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간과되고 있는 점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만성 질환 진료와 관리입니다. 급성 질환인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이 시간에도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도 여전히 발생, 진행, 악화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진단, 치료에 집중하다보니 그 외의 질환을 가진 일부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사망 인구는 29만8820명이었습니다. 하루 819명꼴입니다.

이 중 암이 가장 많고(7만9153명), 2위 심혈관 질환(3만2004명), 3위 폐렴(2만3280명), 4위는 뇌혈관 질환(2만2940명)이었습니다. ‘우한폐렴’이 닥치기 전에도 하루 평균 63명이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밖에 당뇨병, 간질환, 고혈압, 만성하기도 질환, 알츠하이머 등도 사망 원인의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10대 사망원인 중 자살(5위)을 제외한 나머지 9개는 암을 포함해 만성 질환 또는 그 합병증으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암과 만성 질환이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10대 사망원인에 의한 사망자는 대부분 초고령자가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전체 사망자의 46.3%만 80세 이상이고 절반 이상이 그 이하입니다. 만성 질환으로 인한 70대 이하 사망자도 상당히 많다는 뜻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급성인데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희생자가 될 수 있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듭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증은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환자가 한꺼번에 대규모로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현대 의료 체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종 바이러스는 실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섭게 느껴지는 것일뿐, 그에 따른 사망자는 만성 질환보다는 적습니다. 또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습니다.

전체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면 급성보다는 만성 질환 예방과 치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은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뒤 제가 진료하는 환자 숫자가 약 20% 줄었습니다. 예약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전화도 자주 걸려옵니다.

만성 질환이 있어도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신 분들은 잠시 진료를 미룰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태가 나쁜 분이 진료를 늦추거나 생략하시는 것은 걱정이 됩니다.

정기 진료, 약 복용, 운동, 식사 등을 철저하게 잘 지켜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만성질환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급성 질환이 대유행할 때 만성 질환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연구로도 증명돼 있습니다. 제가 진료하는 환자들 중에서도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혈압, 혈당, 나트륨 섭취량 등의 지표가 나빠지는 사례들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차단과 격리를 지켜야 하겠습니다만, 만성 질환을 가진 분들은 정기 진료는 빠뜨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급성 질환 유행이 만성 질환 관리 소홀의 핑계가 될 수는 없습니다.

혈압약이 떨어졌는데도 대중교통 이용이나 병원 감염을 두려워해 진료를 빼먹고 그 핑계로 혈압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바이러스 감염은 잘 피했다고 해도 평소 문제가 있던 혈압, 혈당이 악화돼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조기 사망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실외 걷기 등 가벼운 운동도 빠뜨리지 말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바이러스가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듯이, 혈압과 혈당도 우리의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