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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도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안에 수그러들 겁니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희미해질 무렵 다른 전염병이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항생제와 백신 사용이 보편화된 1960년대, 일부 전문가들은 전염병이 정복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 간 이는 헛된 꿈이란 사실이 증명됐습니다. 일부 저개발국에서는 전염병이 전체 사망자의 4%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줄었지만, 결코 정복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매년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300만 건이나 발생하며, 로타 바이러스는 5세 이하 어린이 장염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그 답은 바로 위생입니다.

위생은 요리, 세탁, 화장실 사용, 기침과 재채기, 반려동물 돌보기, 하수처리 등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다 해당됩니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사람(동물)의 몸 안→출구(대소변, 피부조각, 토사물, 점막)→확산(손, 손으로 만진 음식, 세탁기, 옷)→입구(입, 코, 눈, 상처, 점막)→사람(동물)의 몸이란 경로를 빙빙 돌면서 증식, 확산합니다. 이 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최선책이 위생입니다. 어디를 끊어야 할까요?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감염 위험이 가장 낮은 곳이 마루, 벽, 가구이고 그보다 높은 곳이 화장실, 욕실, 세면대, 옷 등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은 손으로 만진 음식이나 손으로 만진 물건의 표면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사람의 손이었습니다. 따라서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것, 즉 손을 씻어 차단하면 감염과 확산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건강편지에서 손씻기를 여러 번 강조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면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야지, 손씻기로 가능하겠는가?”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수천 종에 이르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를 다 만들 수는 없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RNA바이러스는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제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는 의학이나 약보다 위생이 더 실효성이 높습니다.

손씻기보다 손 세정제가 더 낫지 않겠냐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미국 아이다호주 폴스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손씻기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실시한 실험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식빵 5개를 준비해, 태블릿PC 겉면을 닦은 것, 손대지 않은 것,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진 것, 비누로 씻은 손으로 만진 것, 세정제로 닦은 손으로 만진 것으로 나눴습니다. 이들 식빵을 각각 비닐에 밀봉한 채 한 달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곰팡이는 태블릿PC를 닦은 것→씻지 않은 손으로 만진 것→세정제로 닦은 손으로 만진 것 순으로 많이 생겼습니다.

반면 손대지 않은 것과 비누로 씻은 손으로 만진 것은 곰팡이가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세정제로 씻은 손보다 비누를 써서 물로 씻은 손이 더 깨끗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세정제로도 손의 바이러스를 다 죽일 수 없습니다. 그보다 흐르는 물로 씻어 손에 붙어 있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흘려보내 그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즉,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기보다는 물로 씻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말씀입니다.

손씻기 후에는 종이타월로 닦는 게 가장 좋습니다. 요즘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일부 화장실에 손 건조기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건조기를 쓰면 아직 손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가 바람에 의해 날아가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적당한 조건이라 위생적이지 않다는 보고들이 나와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