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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질병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중심이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전염병의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상하수도의 보급, 위생과 영양 개선, 의학 발전과 약의 개발 등에 힘입어 전염병의 위협은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전염병이 남아 있긴 해도 유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사스', '메르스'에 이어 최근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데 대해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역사상 가장 무서운 전염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약 1/4~1/3을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진 흑사병입니다. 그 전에도 있었지만 크게 유행하지 않았던 흑사병이 왜 중세에 급속도로 확산돼 많은 사망자를 낳았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 인구 밀집과 인구 이동 속도의 증가입니다.

중세 유럽의 항구 도시들은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수백~수천 명이 살던 작은 마을들이 수만~수십 만 명이 사는 도시로 커졌습니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이게 된 것입니다.

그 무렵 해상 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했던 가문의 하나가 메디치가(家)였는데 이들의 골칫거리가 해적이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쾌속선이었습니다. 평평하던 배의 하단을 좁게 설계함으로써 속도를 빠르게 해 해적선을 따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종전에는 흑사병이 발생한 항구 도시를 무역선이 방문했더라도 다른 항구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흑사병 균에 감염된 쥐들이 배에 탔다고 해도 항해 도중에 죽었습니다. 흑사병이 걸린 선원들도 다른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 다른 지역으로 퍼뜨릴 가능성이 극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쾌속선들이 빨리 도착하면서 흑사병에 감염된 쥐, 선원들이 다른 항구 도시에 흑사병을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중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는 어떤 조건에서 잘 출현할까요? 인공위성으로 추적한 적이 있는데, 인간과 동물(가축)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주로 발생해 사람의 이동성을 증가시켜주는 자동차, 쾌속선, 비행기 등을 따라 급속 확산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간을 위한 도시와 교통수단 발달이 바이러스의 증식과 확산에도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동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증식해 서로 주고받으며 그 숫자를 엄청나게 늘려갑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RNA 타이프)는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보입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처법은 간단합니다.

첫째 손을 자주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입, 코, 눈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를 입에 대고 사용한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휴지가 없으면 손수건이나 옷소매에 입을 대도록 합니다.

둘째 야생동물과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사람과 동물 양쪽을 감염시키는 인수공통 질환의 발생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욕심 많은 인간이 기존의 동물 영역을 침범하거나,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거주 영역을 확대하면서 삶의 터전을 위협받은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동한 결과입니다.

야생동물과 그 부산물을 먹는 식습관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하며 등산, 산책 등 야외활동을 할 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행동도 금물입니다.

이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이동 속도도 빠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입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물론, 평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개인위생 수칙이기도 합니다.

돌연변이 또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말만 들어도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과도한 공포심, 괴담에 휘둘리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전염병을 관리하고, 확산을 막는 보건 의료시스템을 잘 정비하고, 개인은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로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