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새해 덕담 중 가장 흔한 말이 ‘복(福)’과 ‘건강’입니다. 어떻게 해야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의사에게 맡기면 될까요?

‘의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격을 가지고 병을 고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습니다. ‘병’이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니, 병을 고치면 건강해진다고 할 수 있을 터입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을 가진 사람은 건강해질 수 없을까요?

2018년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1년 간 고혈압은 631만 명, 당뇨병은 304만 명, 관절염은 485만 명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고혈압을 포함한 12개 만성질환 환자는 무려 1801만 여 명으로 전년보다 4.1%, 진료비는 10.1%나 늘었습니다.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만성질환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급성질환은 치료를 받고, 처방전 받아 약 먹고, 필요한 경우 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병이 낫고, 건강도 회복합니다.

하지만 만성질환은 다릅니다. 치은염­치주염은 치과에서 잇몸 치료, 스케일링 등을 받을 때는 좋아졌다가 얼마안가 재발하곤 합니다. 얼마나 흔했으면 치은염­치주염을 ‘국민병’이라고 부를까요.

고혈압 역시 완치가 어려워 일단 고혈압 환자가 되면 ‘건강하다’고 자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높은 혈압, 혈당이 치명적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고혈압, 당뇨병이 위험한 이유는 높은 혈압, 혈당이 혈관, 심장, 콩팥, 뇌 등 인체의 장기(臟器)를 망가뜨리는 현상인 합병증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혈압 당뇨병이 있더라도 그에 따른 합병증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약물 복용이나 적정체중 유지,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을 통해 혈압과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자 합병증이 생기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설령 1차 방어선(발생)이 뚫린 경우에도 2차 방어선(합병증)에서 잘 막으면 장애나 불편 없이 친구만큼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급성질환을 고치는 일은 여전히 의사의 몫입니다. 하지만 만성질환 관리에서 의사의 몫은 점점 줄고 있고, 환자의 몫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고혈압으로 정기 진료를 받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입니다. 의사를 만나면 “혈압 관리가 잘 되고 있네요. 자주 혈압 재보시고, 약 챙겨 드세요. 짜게 드시면 안되고, 운동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 마련입니다.

그 대신 흡연자라면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과체중 비만을 방지하고, 운동하고, 소금 설탕 지방이 많은 식품 섭취를 줄이려 노력하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은 거의 대부분 환자의 몫입니다. 처방전은 의사가 써주지만,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을지, 건성건성 먹을지도 환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물론 다음 진료 때 검사해보면 고혈압 환자가 수칙을 잘 실천했는지를 의사들은 알 수 있지만, 환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다 챙겨줄 순 없습니다.

같은 의사의 진료를 받는 고혈압 환자 두 명 중 누가 합병증 없이 친구만큼 살지, 아니면 온갖 합병증에 시달리다 일찍 죽을지가 환자에게 달려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건강 수칙을 실천하지도 않는 사람은 유병(有病), 단명(短命)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릅니다.

의사에게 있던 의료 권력이 환자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로 ‘의료 권력의 이동’에 대해 강조해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고 너무 주눅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설령 병이 생겼어도 잘 관리해서 친구만큼 사시면 복 받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성질환의 예방­관리법, 건강을 잘 지켜 장수를 누리기 위한 실천법, 신뢰할만한 의학 정보를 전해드리기 위해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건강 수칙을 실천하시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동영상 서비스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