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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는 은밀한 귀엣말이 돌아다닙니다. 의료진이 “근거 없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치료 가능성이 희박한 말기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갖가지 뜬소문에 솔깃해 합니다.

이 단계에 접어들어 의료진도 통증 관리 외에 해줄 치료법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가 치료를 권유합니다.

병원에 머물 때는 현대 의학의 관리 범위에 있습니다. 퇴원 뒤 보완 대체 의학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비(非)의료 영역으로 건너갑니다.

비의료 영역은 과학과는 동떨어진 이른바 민간요법, 무속 등으로 다양합니다. 암으로 사망한 한 기업 CEO는 거액을 들여 장풍을 쓴다는 도사를 불렀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최근 동물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동영상이 나돈 뒤 시중에서 개 구충제가 품귀 현상을 빚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말기암 환자들에게 해줄 현대 의학의 처치, 관리법이 제대로 없다는 비판도 수긍합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환자들이 생애 마지막 순간, 근거도 없으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요법과 비방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간병과 가족문화, 소득 등 수많은 요인이 연관된 복잡한 문제라서 의학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에게 합당한 주장을 해도 ‘실낱같은 끈이라도 잡아야 한다’거나 ‘여한이 남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반박 앞에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환자는 환자대로 불필요한 고통에 시달리고 큰 돈까지 쓰는 상황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애 마지막 순간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마무리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때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의 제도가 도입돼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임종직전 병원에 있을 때 주로 해당되며, 병원에 오기 전 몇 주, 몇 달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65세 이상 사망자의 생애 마지막 2년간의 평균 의료비가 5000만원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이는 평균일 뿐 1억~2억 원, 또는 그 이상 쓰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 비용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의는 금기 사항처럼 받아들여져 적극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도 비슷한 경우가 없진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마지막 일주일을 중환자실에서 보내며 100만 달러(12억 원) 이상 쓴 사례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난치성 또는 희소 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유산을 병원, 의대에 기부해 질병 연구를 지원한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기부자의 이름을 따라 의과대학의 명칭을 바꾼 사례들도 미국에는 꽤 있습니다. 이런 기부는 의학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국내 병원의 기부금은 선진국들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보잘 것 없습니다. 근거도 없는 비의료 행위에는 큰 돈을 쓰면서도, 의료분야에 대한 기부 문화는 아직 싹도 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의 치료를 빨리 포기하자는 말씀이 아닙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치료에 최선을 다하되, 그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때 따를 합리적 절차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장풍 도사에게 줄 돈을 기부해 난치성 질환 연구를 뒷받침하는 문화를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