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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편지에서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하루 소금 필요량(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량)이 0.25g(나트륨 100mg)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그렇게 조금 먹고도 살 수 있을까요?”라는 이메일을 보내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답변은 “살 수 있다”입니다. 젖먹이 아기가 전형적 사례입니다. 젖먹이 아기는 모유만 먹는데, 하루 엄마젖으로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이 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량과 같은 100mg입니다.

아기보다 체구가 큰 어른은 더 먹어야 할까요? 아마존의 원시부족인 야노마모족은 어른이나 아이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100mg(소금 환산 0.25g)에 불과한데도 나트륨 부족에 시달린다는 연구 보고는 없습니다.

야생동물은 소금을 섭취하거나 가공식품을 먹지 않으므로 동물을 보면 사람의 최소한 생리적 요구량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야생 코끼리에 대한 연구를 보면, 코끼리는 하루 50L의 소변을 보는데, 그 안에 든 나트륨 총량이 1200mg(소금 3g)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 성인은 하루 1.8L의 소변을 봅니다. 만약 코끼리가 하루 1.8L의 소변을 본다면 그 안에 든 나트륨의 양은 40mg(소금 0.1g)에 불과할 것입니다. 한국인이 하루에 소변으로 매출하는 소금의 양 10~11g과 비교하면,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즉 초식동물인 코끼리는 생존에 필요한 양만큼만 나트륨을 섭취하며, 그 때문에 소변으로 내보내는 나트륨의 양도 극히 적습니다. 코끼리는 이렇게 적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 배출하면서도 기후조건이 열악한 열대지방에서 수백 만 년 이상 살아왔습니다.

만약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면, 덩치 큰 코끼리가 이렇게 소금을 조금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20년 전인 1999년 12월 한 일간지 해외토픽난에 흥미로운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베트남 중부 빈 투안 지방에서 남벌로 산림이 황폐화돼 자연산 염분 섭취를 못하게 된 코끼리들이 마을을 습격, 주민 6명이 밟혀 죽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매주 250kg의 소금을 살포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코끼리들이 염분 섭취를 못해 화가 나서 마을을 습격했는지, 아니면 단지 먹이가 부족해서 그랬는지, 또 소금을 살포한 뒤 코끼리들이 만족해서 야생으로 돌아갔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했다는 속보(續報)는 찾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 등에는 ‘초식동물은 나트륨 부족에 빠지지 않기 위해 소금에 대한 갈망이 대단하며, 소금을 얻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그 근거로 어느 댐 벽에 달라붙어 염분을 핥아먹고 있다는 야생 염소 사진을 제시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왜 야생염소들만 몰려들까요? 수많은 초식동물이 다 염분을 섭취하러 몰려야 할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염분이 필요한 초식동물은 염소만이 아닐텐데 말입니다.

설령 염소들이 댐 벽에 붙어 염분을 섭취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모든 초식동물이 소금을 얻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동물의 생존에 나트륨이 필수적이지만, 그 필요량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야생동물들은 먹이로 필요한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으며, 그 정도의 양만으로도 수억 년 이상 잘 생존, 번식해왔습니다.

그럼 왜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을 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량(100mg)의 20배나 되는 2000mg(소금 5g)으로 정했을까요?

가장 큰 요인은 나트륨 섭취량을 너무 적게 하면, 건강 유지에 필요한 적절한 칼로리와 영양 섭취를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인의 식생활을 고려하면 소금을 5g 이하로 섭취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 아예 소금을 줄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목표로 5g을 설정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첫째 나트륨은 동물 생존에 필수적이다, 둘째 생존에 필요한 나트륨 양은 매우 적다, 셋째 소변으로 나트륨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섭취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적게 먹어 적게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몸에 가하는 손상이나 부담을 최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