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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용량 아스피린이 출혈 위험 등 부작용이 있다면, 와파린을 먹으면 안되나요? 둘 다 혈전 방지제이고, 와파린이 약효도 더 세다던데요...”

얼마 전 한 환자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와파린의 약효가 저용량 아스피린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스피린 대신 와파린을 먹어도 될까요?

혈액은 매우 정교하고 신비한 물질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응고’와 ‘항응고’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만약 상처를 입었는데 피가 멎지 않고 계속 나오면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혈관이 상처가 나 출혈이 생기면, 상처가 빨리 아물게 해 피를 멈추게 하는 성분들이 총 출동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혈액의 응고, 항응고에 관여하는 성분은 50여 종에 이릅니다. 이런 작용이 있기 때문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나다가도 곧 피가 멎고 딱지가 생깁니다.

그런데 정 반대도 필요합니다. 혈관 안쪽 벽이 손상되거나, 혈액의 흐름이 느려질 때 예기치 않은 덩어리, 즉 혈전(피떡)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혈전이 많이 생기면 혈관이 막혀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혈액 속에는 혈액 응고를 막는 성분(항응고 성분)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혈액의 ‘응고’와 ‘항응고’ 작용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혈액의 응고 작용을 주도하는 두 가지는 ▲혈소판 ▲응고 물질입니다. 혈소판은 상처가 나서 혈액이 공기에 노출되면 우선 혈액을 궂게 해 피가 더 나지 않게 해줍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혈중 응고 물질들이 응고, 지혈 작용을 해서 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하고 딱지를 형성합니다.

문제는 혈관 안쪽 벽이 손상됐을 때입니다. 혈소판은 혈관이 손상된 것으로 인식하고 손상 부위에 달라붙습니다. 이를 죽상경화반이라고 합니다. 이 부위의 혈관이 딱딱해지고 직경이 좁아지는 것이 동맥경화증입니다.

건강편지에서 말씀드린 ‘동맥경화에 의한 심혈관 질환’이라고 한 질환들, 즉 심근경색증, 협심증, 허혈성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이 동맥경화증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입니다.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해 혈전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 저용량 아스피린입니다. 그래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항혈소판제’라고도 합니다.

와파린은 ‘정맥 혈전 방지제’ 또는 ‘항응고제’라고 합니다. 정맥 혈전은 정맥 혈관의 경화증을 초래하지는 않지만, 주요 정맥과 폐동맥을 따라 돌아다니다가 혈관을 막아 심부 정맥 혈전증, 폐동맥색전증 등을 일으킵니다. 비행기나 자동차를 오래 탈 때 생기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도 정맥 혈전증의 하나입니다.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부위인 심방이 미세하게 떨리는 질환인 심방세동이 있을 때도 심장 안에서 혈전이 잘 생깁니다.

이처럼 심장(심방)이나 정맥에서 생기는 혈전을 방지하기 위한 약물이 와파린 등이며, 주사제로는 헤파린이 있습니다.

요약하면 저용량 아스피린은 동맥의 혈전 방지, 와파린은 정맥의 혈전 방지가 주된 목적입니다.

동맥경화증이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는 저용량 아스피린, 심부정맥혈전증 등 정맥 질환을 앓았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는 와파린 복용이 적합하다는 말씀입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게 개발된 약물이므로 진단에 따라 정확히 복용해야 됩니다. 아스피린 대신 와파린, 또한 와파린 대신 아스피린을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와파린은 저용량 아스피린에 비해 부작용이 더 크므로 복용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둘 다 혈전 방지제라고 하니 똑같다고 착각하고 배우자 등 가족이 먹는 약을 무심코 복용해서는 절대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