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건강편지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3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입니다. 당뇨병은 ‘高 공복 혈당증(high fasting blood glucose)’으로도 설명하므로 3高에 해당됩니다.

3高의 발병을 차단하거나, 발병했더라도 잘 관리하면 심혈관 질환, 뇌졸중, 만성콩팥병 등 여러 중증 질환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만 잘 막고, 잘 관리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주변에서 “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중 아무 것도 없다. 마음 놓고 살아도 장수한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3高가 하나도 없다면, 하나 또는 그 이상 가진 다른 사람들에 비해 건강할 확률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탕한(?) 삶을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한 국내 대학 연구팀이 얼마 전 해외 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50~60대의 8%가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증상 뇌경색이란 뇌의 아주 작은 혈관(지름 0.05~0.5mm)이 국소적으로 막혀 0.3~1.5cm 뇌 부위가 괴사했지만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뇌경색이라고 하면 반신불수나 사망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부위가 작고 운동신경에 직결된 뇌 부위가 아니라서 정작 본인이 못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뇌 MRI나 MRA를 찍어보면 무증상 뇌경색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무증상 뇌경색을 겪은 사람들의 혈압(130/77mmHg), 공복혈당(94mg/dL), 혈중 중성지방(108mg/dL) 등이 정상 범위 안에 있거나 정상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高만 잘 관리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이 의문에 대한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혈관성 질환에 3高 외에 또다른 ‘세 가지’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바로 ‘흡연’ ‘소금’ ‘고기(육류)’입니다. 일종의 ‘新3高’라고 할까요?

담배의 악영향은 많이 알려져 있고, 근래에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소금과 고기입니다.

짜게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대표적인 연구가 미국 북맨해튼 주민 2657명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1500mg(소금 3.75g) 이하로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4000mg(소금 10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의 뇌졸중 위험이 2.59배 높았습니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500mg씩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17%씩 증가한다고 이 연구는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에 다소 줄고 있으나,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여전히 4000mg을 훌쩍 넘고 있습니다.

고기(육류)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관 벽에 지방질 혹이 생기거나 혈관 내피를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이나 뇌졸중, 심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도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고기를 먹으면 혈중 ‘호모 시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고기(육류)를 많이 먹고, 짜게 먹고, 담배를 피운다면 뇌졸중,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과도한 소금 섭취는 설령 고혈압을 일으키지 않아도,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각종 혈관성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20~30대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흔히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기 소금구이를 배불리 먹고 담배까지 피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혈관은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50~60대가 되면 경동맥이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고, 콩팥 혈관이 망가지는 등 건강 이상이 밀물처럼 몰려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런 분들을 수없이 진료해왔고, 요즘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