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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치에서 찍는 사진을 ‘인생 샷(shot)’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음식’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인생 음식’의 하나는 중학교 졸업식 날 먹었던 불고기입니다. 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거니와 선친께서 저를 데려간 곳이 유명한 식당이었던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그날의 불고기 맛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혀끝에 남아 있는 듯 생생합니다.

어릴 적 집안 행사 때 큰 솥에 닭 두 마리를 넣고 국을 끓여 20~30명이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말은 고깃국이었지만 기름기만 좀 떠 있었을 뿐 고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소고기 불고기를 먹은 것은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인생 음식’을 물어보면, 짜장면, 불고기, 돈가스, 등심, 생선회 등 다양한 음식이 등장합니다만, 어려운 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는 ‘고기(육류)’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고기에 대한 생각이 음식, 영양보다는 정서, 감성적인 비중이 더 클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기에 대한 이런 생각을 고쳐야 할 때가 됐습니다. 단백질 과잉 섭취 때문입니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20대 94.3g, 30대 101g, 40대 92.2g, 50대 81.6g, 60대 73.4g, 70대 이상 62.7g입니다.

여성은 20대 67.2g 30대 65.8g 40대 65.4g, 50대 59.1g, 60대 56.2g, 70대 이상 42.4g 등입니다.

한국영양학회의 단백질 하루 권장 섭취량은 남성 30대 미만은 65g, 30~64세 60g, 65세 이상 55g이고, 여성은 20대는 55g, 30~64세는 50g, 65세 이상은 45g입니다.

남성의 경우 30대는 권장섭취량 대비 1.7배, 40대는 1.5배, 50대는 1.4배, 60대는 1.3배, 70대 이상은 1.1배 많이 섭취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30, 40대가 1.3배, 20대와 60대가 1.2배, 50대는 1.1배였고, 70대 이상은 0.9배로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힘을 쓰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거나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육류를 먹어야 기운을 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1년 내내 고기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던 시절에 형성됐던 고정관념 탓입니다. 이 때문에 요즘도 복날이면 삼계탕집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하지만 과도한 단백질 섭취,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너무 많이 먹으면 보양이 되기는커녕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이론입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 당뇨병, 뇌졸중, 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체중 1kg당 하루 단백질 1.68g씩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종전 하루 체중 1kg당 1g으로 돼 있던 단백질 섭취 권장량이 최근 0.8g으로 줄었습니다. 70kg인 사람은 하루 70g까지 섭취가 권장됐으나, 지금은 56g 이하로 먹으라는 것입니다.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해야 하는 사람은 성장기 청소년, 임신 수유부, 노인들입니다. 특히 단백질 섭취가 권장량에 못 미쳐 근감소증을 일으킬 수 있는 70대 이상 여성 노인들은 단백질을 챙겨 드셔야 합니다.

단백질이 꼭 필요한 사람들도 육류보다는 생선, 두부, 계란, 우유와 유제품, 견과류 등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90~100g이나 되는 남성들의 단백질 섭취량을 권장 섭취량(55~65g) 수준으로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백질이 함유된 밥, 우유, 계란 등 기본 식품의 섭취를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안은 등심, 안심, 삼겹살 등의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그 양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 대신 고깃국, 잡채, 만두, 소고기 된장찌개 등에 들어 있는 고기만 먹어야 합니다.

육류의 단백질 함량은 스테이크(200g)에 26.4g, 돈가스(200g) 45g, 불고기(300g) 48g, 치킨(200g) 37g 등입니다. 고등어(200g)는 25g, 두부 한모(300g)는 21g입니다. 다른 음식은 하나도 먹지 않고 점심에 돈가스, 저녁에 불고기를 먹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93g으로 과잉 섭취에 이릅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고기 없는 월요일(No meat on Sunday)!’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고, 영국에서도 암, 동맥경화증 예방을 위해 고기와 가공육(햄, 소시즈 등) 섭취를 줄이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고기 섭취에 관한 한, ‘인생 음식’이 간절했던 그 옛날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