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그늘, 전염병 2018년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2869만5000여 명입니다. 중복 출국을 고려할 때 국민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외국에 다녀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화’를 이보다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숫자도 드물 것입니다. 세계화에 걸맞게 한국인의 외국어 실력도 늘었고, 해외여행 때 갖춰야 할 에티켓, 매너도 향상되었습니다. 한국인은 이제 어엿한 ‘세계 시민’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급격한 세계화의 부작용일까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보건 위생의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전 영국 BBC는 몽골에서 2명의 흑사병(페스트) 환자가 사망, 이들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여 명을 6일간 격리 조치했다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몽골인 남녀는 스태미너 증진 효과가 있다는 속설이 있는 대형 설치류 마못(모르모트)의 간과 생고기를 먹고 페스트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사망하기 전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외국 관광객도 7명이 포함돼 있었고, 그 중 2명이 한국인이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격리 기간 중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관광객들은 귀국했습니다. 자칫 중세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 환자가 한국인 중에서도 발생할 뻔했습니다.
국내에는 매개 모기가 없는 뎅기열 환자가 5월에 60명을 넘어섰습니다. 주로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람들입니다.
전염병 전파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인구밀집도, 접촉도, 이동성 등입니다. 감염된 사람과 접촉을 통해 질병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곳을 이동하면서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느냐에 따라 전파 속도와 범위가 결정됩니다.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세계 곳곳을 이동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자연, 동식물, 가축이나 야생동물과 접촉하고 귀국하면서 전염병을 국내로 유입시킬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풍토병이란 특정 지역에 한정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풍토병에 오래 노출되면서 항체가 형성돼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도 갠지즈강은 생활 하수 등으로 오염돼 있습니다. 하지만 강가에 사는 주민들은 그곳에서 목욕하고 그 물로 요리를 해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물속 세균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은 그 물에 약간만 노출돼도 여행자 설사 등 수인성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전염 여부를 모른 채 귀국해 일상생활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인 선진국에서도 야생동물을 함부로 접촉해서는 안됩니다. 미국 백악관은 주변에 사는 야생 너구리들이 공수병 바이러스, 렙토스피라증 박테리아, 너구리 회충 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접촉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배포합니다.
세계화의 속도를 국민들의 보건╶위생 의식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외국을 방문할 때 보건 위생 수칙을 잘 알고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틈새를 전염병이 파고들어 심각한 전염병 유행 사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은 해외에서 유입된 전염병이 국내에서 대유행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사례입니다.
해외에 나갈 때는 필요한 예방접종을 빠트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는 국내에 있을 때보다 보건 위생 수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외교부나 보건 당국도 세계 곳곳의 전염병, 풍토병 정보를 상세하게 알리고, 귀국한 뒤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에 알릴 수 있도록 지속적 캠페인도 해야 합니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전염병 유입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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