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kg 감량’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분이라면 체중을 3.5kg 줄여보시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1~2kg 줄여서는 효과가 적지만, 3.5kg 줄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기존 체중이 70kg이냐, 90kg이냐에 따라 변화 폭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3.5kg 줄이면 유의미한 건강 변화를 보입니다.
L씨(57)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그의 평균 혈압(1개월)은 126/88mmHg였습니다. 키 168cm에 체중 72kg, 체질량지수(BMI)는 25.5로 과체중(BMI 25 이상)이었습니다. 허리둘레는 92cm이고, 4년 전 금연했습니다.
혈압은 그런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상 혈압(120/80)까지 낮아지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작년 혈액검사 때 104~108mg/dL이던 공복혈당이 지난 2월에는 114mg/dL로 높아졌습니다. 공복혈당 111~125mg/dL는 당뇨병 전 단계, 126mg/dL 이상은 당뇨병으로 봅니다.
L씨는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의 가족력이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놓고 L씨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고, 허리둘레 90cm 이상이라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당뇨병도 올 수 있어요. 일단 체중을 3.5kg 줄이고 수치 변화를 봅시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이달 중순, L씨는 병원에서 혈액, 소변검사를 했습니다. 석달 간 체중이 72kg에서 68.3kg으로 3.7kg 줄었습니다. 허리둘레는 92cm에서 88cm로 감소했습니다.
건강 상태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병원에 올 때 집에서 잰 혈압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한달 간 평균 혈압은 115/78mmHg. 혈액검사 결과 공복혈당은 108mg/dL로 3개월 전보다 6mg/dL 낮아졌습니다.
중성지방(TG)은 101mg/dL에서 이번에 61mg/dL로 뚝 떨어졌습니다. 고지혈증 약(스타틴)을 복용하기 전 그의 중성지방 수치는 상한선(155mg/dL)을 오르내렸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100mg/dL 안팎까지 떨어졌던 중성지방이 이번에 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L씨는 3개월 간 체중(╶5.1%)을 줄였는데 그에 따라 허리둘레(╶4.3%), 수축기 혈압(╶8.7%), 이완기 혈압(╶11.4%) 모두 감소했고, 혈당(╶5.3%)과 BMI(╶5%)도 낮아졌습니다.
어떻게 체중감량을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침과 점심식사는 종전대로 하되, 저녁식사를 삶은 계란 2개(또는 삶은 계란 1개 + 두부 반 모)와 토마토 한 개, 당근 반 개 정도로 했다고 합니다. 부득이 밥을 먹어야 할 때는 밥 반 공기만 먹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지만, 2~3주쯤 지난 뒤부터는 어느 정도 적응됐다고 합니다.
식이습관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간식과 군것질 완전 중단. 평소 간식으로 하루 2~3잔 마시던 믹스커피는 물론 초콜릿, 단팥빵 등을 3개월간 한 번도 먹지 않았고, 저녁에는 과일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가 고파서 참기 힘들 때는 토마토나 우유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랬다고 합니다.
운동은 하루 1만보 안팎을 걸었고, 소금 섭취량도 하루 평균 7~8g으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체중, 소금 섭취를 포함한 식사 습관, 운동 등이 꼽힙니다. L씨의 사례를 보면, 체중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그 다음이 소금, 운동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작 3.5kg쯤 뺀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첫 체중감량 목표를 3.5kg으로 하라는 것은 저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많은 의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이론입니다.
L씨에게 혈압 약 용량을 줄여 처방하면서, “줄인 체중을 잘 유지하는데도 성공해서 3개월 뒤에 다시 검사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처음 진단받았거나, 이미 진단받고 약을 먹고 있는데도 잘 조절되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혈압에 좋다,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식품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좋은 것’보다, 3.5kg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라는 저의 말을 믿으시고 다이어트에 적극 도전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
>
소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