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확산, 어떻게 대처할까? A형 간염이 서울, 경기, 충청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올해 들어 3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미 지난해(2436명)를 넘었고, 이 추세대로라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4419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A형 간염 확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최근의 A형 간염 확산은 우리나라가 성장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인 의미가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A형 간염의 항체 양성률을 살펴보면, 세대별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70대 이상은 99.9%, 60대는 99.7%, 50대는 97.7%입니다. 그런데 40대는 80.3%로 낮아지고, 30대는 31.8%, 20대는 12.6%까지 떨어집니다. 예방접종을 많이 한 10대 이하는 42.1%로 20~30대보다 높습니다. A형 간염의 항체 양성율은 우리의 경제 성장과 보건 위생 개선의 역사가 반영돼 있습니다.
50대 이상은 어릴 때 수돗물 외에 우물물, 개울물, 약수터 등의 물을 마시고 자란 세대입니다. 영유아 때 수인성 전염병인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부분 노출 되면서 자연스럽게 항체가 형성돼 평생 동안 A형 간염에 대해 면역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깨끗한 물을 먹는 시대에 태어난 40대 이하는 수돗물, 생수, 정수기등의 오염되지 않은 물을 먹고 자란 탓에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되지 않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최근의 A형 간염 환자들의 대부분이 30~40대인 것도 이같은 항체 양성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대별로 항체 형성률은 줄어들었지만,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수인성 전염병은 대개 항문→입의 경로로 감염됩니다.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가 물을 경유해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바이러스 항체가 없는 세대들이 해외여행, 국내 야외활동 등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습니다. 또한 외식이나 배달 음식 이용 인구의 증가 등도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감염된 뒤 항체가 없는 또래들에게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A형 간염 확산 사태입니다.
갠지스 강가에 사는 인도인들은 오염된 물을 마셔도 배탈이 잘 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자주 노출된 탓에 항체 형성이 아주 잘 돼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의 청소년들은 위생 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므로 수인성 전염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항체도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인도’(저개발국)에서 ‘미국’(선진국)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는 A형 간염의 항체 양성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위생 상태나 행동 양식과 인식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그 격차(miss match)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 요즘의 확산 사태입니다.
항체 양성률이 낮은 40대 이하는 다음 요령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백신 접종입니다. 예방백신은 자신이 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병을 옮기는 것도 막아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자연 면역이 되지 않은 40대 이하는 백신 접종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둘째 위생적이지 않은 물은 마시면 안됩니다. 캠핑 등을 할 때 계곡물이나 시냇물에 야채, 도마, 칼 등을 씻는 것도 금물입니다.
셋째 해외여행 때는 위생상태가 증명된 물이나 끊인 음식 외에 조리과정이 불분명한 물이나 음식은 섭취하면 안됩니다. 해외여행 때 얼음,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인성 전염병에 감염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넷째 화장실 이용, 외출 뒤에는 손씻기를 빠뜨리면 안됩니다. 특히 다중을 대상으로 한 식당 주방에서 일하거나, 음식 유통경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철저한 손씻기가 필수입니다. 항문을 떠난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가장 즐겨 이용하는 지름길이 바로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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