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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생명이다” <4> 얼마나 빨리 걸어야 할까?


 걷는 속도(walking speed)를 바이탈 사인의 한 항목으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걸을 수 있는가는 건강 또는 생존 가능성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걸으면 좋을까요?
 건강편지에서 걷는 속도를 ‘핸드폰으로 통화는 할 수 있어도 노래하기는 힘든 정도’로 하시라는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빨리 걸으며 핸드폰으로 통화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만, 숨이 차도 통화는 가능하나 노래 부르기는 어렵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나이, 성별, 관절 건강 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통화가 가능한 수준의 걷는 속도를 숫자로 환산하면, 1분에 100보쯤 됩니다. 걸음걸이 숫자로는 1초에 약 1.7보입니다.
 성인의 보폭은 대개 키에서 100을 뺀 숫자로 추정하는데 키가 170cm이면, 70cm, 160cm인 사람의 보폭은 60cm로 봅니다.
 한 걸음을 평균 0.65m로 가정하면 분당 100보의 속도로 걸으면 1초에 약 1.1m를 갑니다. 이 속도로 1시간을 걸으면 걸음걸이 숫자는 6000보, 거리로는 약 3.9km가 됩니다. 대개 성인들은 1시간에 4km를 걷는다고 하는데, 분당 100보 정도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걸어야 달성 가능한 거리입니다.
 물론 연세 드신 분들은 이보다는 느려도 괜찮습니다만, 분당 60보 아래로  떨어지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평소에 잘 걷다가 걷는 속도가 분당 60보 아래로 줄고, 애써도 회복되지 않으면 비만, 관절 질환, 근감소증 등의 여부에 대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당 100보 정도로 빨리 걸으시라고 하면, “숨차고 힘드는데 꼭 그래야 되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소 지병이나 비만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빨리 걷는 습관이 돼 있지 않아서 걷기가 어려울 뿐, 노력하면 분당 100보 정도의 걷기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분당 100~119보의 속도로 걷는 것을 ‘활기찬 걸음(brisk wa1king)’이라고 합니다. 한자어로는 ‘활보(闊步)’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에 반해 느린 걸음은 ‘만보(漫步)’라고 하는데, 이는 건강 증진 효과가 적습니다.
 활보의 효과는 연구로 증명돼 있습니다. 지난해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느린 걸음에 비해 시간당 5~7km의 속도로 활보하면  심혈관 질환에 의한 조기 사망률을 24%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세 이상에서는 효과가 더 커서 심혈관 질환에 의한 조기 사망률을 46%나 줄인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활보가 어떻게 조기 사망률을 줄이는 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활보가 건강을 증진할 뿐 아니라,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은 평소 건강관리가 잘 돼 있다는 풀이도 가능합니다.
 몸에 좋다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활보만큼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극히 드뭅니다.
 어깨를 펴고 씩씩하게 활보하시길 권합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하루 3500보쯤 걷는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런 분들은 1만보를 달성하려면 별도로 1시간 이상 더 걸어야 됩니다. 바쁘시더라도 시간당 6000보의 속도로 걷는 1시간을 하루에 한 번 마련하셔야 됩니다.
 분당 100보 속도의 걷기는 어떤 건강식품, 비타민, 보양식보다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합니다.